신동빈이 "마지막 기회" 외쳤는데···롯데케미칼 이영준號, 올해도 반전 어렵다

2025-01-13

2025년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은 롯데의 모태인 롯데제과 창립 60여 년 사이 가장 무거운 회의로 기록됐다. 비상 경영에 돌입하고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반전을 모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며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롯데에는 롯데케미칼이 중심에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를 내수용에서 수출기업으로 발돋움시킨 기업이었으나 대규모 적자 늪에 빠지면서 롯데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물'로 만들어버린 원흉으로 지목받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1년 만에 CEO(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며 이영준 사장에 지휘봉을 맡겼으나 롯데케미칼은 올해에도 반전을 만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디폴트 위기 덜었지만···"업황 개선 가능성 낮아"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사채권자 집회결의 인가 결정을 받았다. 법원의 결정은 지난달 19일 열린 롯데케미칼 사채권자집회에서 EOD(Events of default :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한 14개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 조정을 가결하면서 나온 결과다.

지난해 11월 21일 한국예탁결제원은 롯데케미칼에 EOD를 공고했다. 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했을 당시 사채관리계약 약정 중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3년 평균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 이자 비용보다 약 5배의 이익을 내야 한다는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EBITDA는 4.3배에 불과했다.

회사채 규모만 약 2조원이라 EOD가 선언되면 롯데케미칼은 최악의 경우 매각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회사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으면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는 11월 27일 사채권자집회 소집을 공고하고 채권자들에 유동성 자금이 충분할뿐더러 상환 능력도 있다며 설득에 나섰고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해당 약정을 삭제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총 4조원의 유동성 자금은 물론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1조3000억원 중 6600억원을 조달했고 남은 6000억원도 추가 조달할 예정이다.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나 디폴트 위기를 불러일으킨 실적은 여전히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개선 조건은 큰 폭의 유가 하락 내지는 가파른 수급 개선으로 판단하나 단기간 내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설비 가동률은 과거 평균치 대비 크게 낮아져 있는 가운데 2025~2027년 신증설 규모도 커 누적된 공급과잉 해소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OTC 들고 나온 중동, '치킨게임' 참전

롯데케미칼이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우려되는 이유는 대규모 공급과잉 여파가 컸다. 중국은 석유화학 자립을 목표로 2018년부터 대규모 증설에 나섰고 2022년 글로벌 최대 생산국에 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분석한 중국의 2019~2024년 에틸렌·프로필렌 생산량은 한국, 유럽, 일본의 합계 생산량만큼을 추가했고 이에 석유화학 공급과잉 규모는 2023년 4400만톤에서 2028년에는 6100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전체 석유화학 설비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의 '치킨게임'에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 뺀 값)는 2022년부터 줄곧 손익분기점(300달러)을 밑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381.81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분기에 275.54달러로 떨어졌다. 2023년 3분기는 161.57달러까지 하락했고 작년 3분기에는 186.74달러로 집계됐다.

올해에는 중동도 폭탄을 쏟아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은 탈(脫) 석유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대대적인 석유화학 투자를 단행했는데 COTC(Crude Oil To Chemical) 공법을 적용해 화학제품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 기존 석유화학 설비는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얻고 이를 다시 분해해 에틸렌을 확보하는 반면 COTC는 정제 설비를 거치지 않고 원유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곧바로 생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를 활용하면 생산비와 운송비 등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데 업계에선 COTC를 활용한 화학제품의 손익분기점을 100달러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화 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후에도 업황 회복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사업재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는데 롯데케미칼도 사업 경쟁력 확보에 나선 상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기초소재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고부가 제품인 스페셜티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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