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대학가 ‘반전 시위’ 탄압 본격화…지원금 중단 이어 ‘합법 체류’ 유학생 체포

2025-03-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확고하게 이스라엘 편에 서온 미 정부가 미 대학가에 번졌던 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가 반전 시위를 주도했던 컬럼비아대학에 정부 보조금을 삭감한 데 이어, 이번엔 시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팔레스타인 학생을 체포했다. 합법적 체류자까지 체포한 이번 조치로 미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 학생노조는 성명을 내고 국제 및 공공행정학 대학원에 재학 중인 팔레스타인 출신 유학생 마흐무드 칼릴이 미 국토안보부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칼릴은 이날 뉴욕 맨해튼 캠퍼스 인근의 대학 기숙사에 머물던 중 들이닥친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 여러 명에게 체포됐다.

칼릴의 체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 운동 당시부터 대학가에 번진 팔레스타인 지지 및 반전 시위에 연루된 외국인 유학생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한 데 대한 첫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

칼릴은 팔레스타인 출신 알제리 시민권자로, 지난해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반전 시위와 천막 농성 당시 학생들을 대표해 학교 측과 협상했던 대표단 중 한 명이다. 그는 경찰의 캠퍼스 진입 및 체포 직전 건물 점거 농성을 한 학생 그룹에는 속하지 않았으며, 학교 측과 시위대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임신 8개월인 칼릴의 아내는 미국 시민으로, 칼릴 역시 미 영주권인 그린카드 소지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칼릴의 변호사 에이미 그리어는 AP통신에 체포 당시 ICE 요원 한 명과 통화를 했으며, 이 요원이 “칼릴의 학생 비자를 취소하라는 국무부 명령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변호사가 칼릴이 영주권 소지자라고 항의하자 이 요원은 영주권 역시 박탈한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미국 내 하마스 지지자들의 비자 및 그린카드를 취소해 그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칼릴의 체류 자격 박탈 및 그를 체포한 법적 근거가 뭐냐는 언론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당국은 칼릴의 아내에게도 체포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칼릴은 체포 이후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에 있는 이민자 수용시설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아내가 방문하려 하자 그곳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현재는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가 대학가 반전 시위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하며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 시민자유연합은 성명을 내고 칼릴의 체포는 “팔레스타인 지지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탄압이며 이민법의 공격적 남용”이라며 “불법적이고 보복적이며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미 교육부는 전날 컬럼비아대가 교내의 ‘반유대주의’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4억달러(약 5800억원) 상당의 연방정부 재정 지원과 정부계약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명문 사립) 대학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에서 지난해 4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반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이 대학은 대학가 반전 시위의 중추 역할을 했다.

컬럼비아대 학생노조는 “대학 측이 캠퍼스 내 ICE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트럼프 정부에 항복했으며, 대학 재정 보호를 위해 유학생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컬럼비아대는 법 집행 기관이 캠퍼스 등 대학 부지에 진입하기 위해선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으나, 이날 대학 측은 체포영장이 없는 ICE 직원들이 “긴급 상황”일 경우 학교 내 진입을 허용할 수 있다고 교칙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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