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계약 체계에서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는 계약의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국가계약 관련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는 "부정당업자로 제재된 법인의 대표자에게도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부과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특히 행정청은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대표자 개인에게까지 제재를 확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처분이 과연 법률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어 왔다.
서울고등법원이 2022. 5. 18. 선고한 2021누57058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 사건에서는 구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이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다는 판단을 하였다. 구체적으로 구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은 담합 등 부정당행위 유형을 규정하고 있으나, 제4항은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은 법인의 대표자에게도 동일한 제재를 가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 이는 대표자의 부정당행위 관여 여부와 무관하게 처분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것인 점, 모법인 구 지방계약법이 명시적으로 위임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새로운 제재 대상을 창설한 것인 점 등을 이유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조달청이 무효인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4항에 근거하여 한 제1처분, 무효인 구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4항에 근거하여 한 제2처분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2. 9. 29. 구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4항이 구 지방계약법제31조 제1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에 대하여 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구체적으로 구 지방계약법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 등을 제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반드시 당사자에 한정된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 점, 법인의 계약 참여는 대표자의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법인의 부정당 행위가 곧 대표자의 행위와 연결되는 구조임을 감안할 때, 대표자에 대한 제재는 입찰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인 점, 시행령은 모법이 위임한 바에 따라 제재 기준을 정한 것이며, 대표자에 대한 적용은 그 범주 내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이유로 구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4항이 위임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대한 제재이므로, 대표자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법률에서 명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 원칙’에 충실한 해석이자, 행정권의 자의적 처분을 견제하기 위한 명확성 원칙의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단순한 문언해석을 넘어, 공공계약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법의 목적, 법인과 대표자의 실질적 관계, 그리고 반복적 부정당행위 방지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단지 법문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위임입법의 목적과 기능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즉, 입법 명확성을 일정 부분 유보하면서도 제도의 실효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유연성을 인정한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향후 유사한 제재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다투는 분쟁에서, 위 판결은 위임입법의 해석 기준을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방향을 제시한 사례가 될 것이다. 다만, 대표자 제재라는 강력한 행정처분이 국민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입법자는 해당 제재의 범위와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