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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료·연금 개혁 과제가 한발짝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과 필수의료 개혁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정치권 대립과 의료계 반발 속에서 사실상 손발이 묶였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오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의과대학 정원 등 적정 의사 인력을 추계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법' 등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합의에 실패하며 회의를 모두 취소했다. 이달 내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24일) 늦은 시간까지 이해당사자인 의사협회, 환자 및 소비자 대표, 시민단체,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모았으나 안타깝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쟁점은 추계위를 정부 산하에 둘 것인지, 정부에서 독립적인 민간기구로 운영할 지다. 보건복지부는 장관 직속 별도 위원회에 추계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의료계는 이렇게 되면 독립성이 침해당한다며 독립적인 민간기구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2026년도 의대 정원이 추계위에서 합의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각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이 의대 모집 인원을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부칙 수정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엔 총장이 교육부와 협의해 정원을 조정하도록 했다. 상임위 일정이 지연되면서 추계위가 이달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김 의원은 “의료인력수급에 있어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추계위를 신속히 구성할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당초 입법 취지에 부합하면서 국민들이 신뢰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도 이날 정치권에서 막판 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26일로 연기됐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날 헌법재판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 최종 변론을 방청하기로 결정하면서 회동이 미뤄졌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관건은 소득대체율과 자동조정장치다. 민주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4~45%를,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44%로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급격한 감소로 직결되고 미래세대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개혁안”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