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촉구” 대다수였던 과거 달리
서울대 게시판 ‘반대’ 대자보 빼곡
연세대 찬반집회 동시 열리기도
고려대 커뮤니티선 야권 비난글
12·3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일제히 촉구했던 대학가에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교내 게시판에서는 탄핵 찬반을 주장하는 이들의 대자보 경쟁이 벌어졌고,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도 탄핵을 주제로 한 찬반 논쟁이 잇따랐다.
12일 취재진이 찾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내 법학전문대학원, 중앙도서관, 인문대학 게시판은 모두 수십 개의 탄핵 관련 대자보가 뒤엉켜 난장판인 상태였다. 법학전문대학원 게시판에 붙은 ‘(교내 광장) 아크로폴리스에서, 광화문에서 만납시다’라는 제목의 탄핵 찬성 대자보 위로 ‘더불어민주당에서 탈출하자’는 탄핵 반대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의 게시물을 상단에 붙이기 위해 치열한 자리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게시판 곳곳에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미의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도난을 멈춰라)’ 스티커로 탄핵찬성 대자보를 가린 흔적들도 보였다.
![](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02/12/20250212517161.jpg)
대자보를 지켜보던 서울대생 A(21)씨는 “서울대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 양측의 대자보가 훼손돼 논란이 되는 등 대자보 대결이 치열하다”며 “트루스포럼이라는 교내 단체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믿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제64대 총학생회 ‘시그널’은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불참하려 했다는 것이 논란이 돼 사퇴촉구안이 발의됐다. 학생총회에서 지난달 13일 윤 대통령의 퇴진 집회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아놓고 총학생회장이 개인적 이유로 불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부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투표에서 단과대별 득표 결과를 영남·호남과 비교해 지역혐오라는 지적이 일었다.
연세대에서는 10일 학생회관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탄핵 반대에 나선 연세대 학생 10여명은 지난해 12월 총학생회 주관으로 열린 학생총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안이 가결된 것을 문제 삼았다. 총학생회가 여론을 주도했고 투표 역시 비밀투표가 아닌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거짓과 선동으로 얼룩진 반국가세력 사기 탄핵을 규탄한다”며 “부정선거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학생들은 “탄핵 반대는 내란 옹호”라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고려대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촉구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재학생 홍모(28)씨는 “계엄 직후에는 탄핵 찬성 의견이 강했는데 지금은 아니다”며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상에서는 총학생회나 학생총회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는 다수 의견이 아니라며 반대하는 글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는 야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전날 기준 공감을 10개 이상 받은 ‘핫게시물’로 올라와 있었다.
안승진·장한서·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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