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도 이해하는 데 20분 넘게 걸려, 머리도 아파"…수능 국어 '지문 난도' 시끌

2025-11-25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에서 지문이 고등학생 수준을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수능 국어 영역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문제는 3번 문항(단순 관점 독해 이론)과 17번 문항(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 개념)이다. 두 문제 모두 전문가가 오류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해당 분야를 각각 연구해온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와 이충형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문항 오류 뿐 아니라 지문의 난도 자체가 비상식적 수준”이라며 평가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 이병민 교수는 3번 문항을 두고 “정답을 따지는 것보다 시험의 타당성을 먼저 문제 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지문을 “대학원 연구를 위한 텍스트 수준”이라고 규정하며 실제로 문제 풀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충형 교수 역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문을 이해하는 데만 20분 이상 걸렸고 이후 머리가 아파 잠시 쉬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문이 다루는 지속성 개념 자체가 고교 교육과정에서 접근하기 힘든 내용”이라며 “고등학생에게 요구할 수 있는 이해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지문 난도가 과하게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글을 읽는 대신 학원에서 배우는 문제 풀이 기술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지문이 어려워질수록 학생들은 글의 의미보다 정답 찾는 기술에 매달리게 된다”며 “평가원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출제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존재한다. 객관식 시험 구조상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고난도 지문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학원에서 훈련된 상위권 학생을 걸러내려면 지문 난도를 높이는 방식이 현재로선 유일하다”며 현실적 한계를 언급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현재 접수된 이의제기 문항을 검토 중이며 최종 정답은 25일 오후 5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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