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에바항공이 사망한 승무원의 장례식 당일 병가 증빙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인디펜던트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에바항공 승무원 쑨모(34)씨는 지난달 이탈리아발 대만행 항공편 근무 중 건강 이상을 느꼈고, 대만 도착 직후인 지난달 25일 병원을 방문했다. 쑨씨는 다음날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돼 이달 8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틀 뒤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족이 이달 14일 장례식을 치른 당일, 항공사는 쑨씨의 휴대전화로 지난달 입원 관련 병가 서류를 신속히 제출하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유족은 "뉴스도 안 봤냐. 회사가 반성해야 한다"는 답장과 함께 사망증명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쑨씨의 동료 승무원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승무원은 쑨씨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계속 근무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지에서는 "기본적인 공감 능력조차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에바항공은 "담당 직원의 실수"라며 유족에게 사과했고, "직원 사망은 영원한 고통"이라며 책임감 있는 조사를 약속했다. 현지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우연한 실수가 아닌 승무원 건강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무관심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만 당국은 에바항공이 쑨씨의 병가 사용을 막았는지, 항공편에서 적절한 의료 지원을 제공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