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엔씨소프트의 실적 부진의 늪이 길어질 전망이다. 2024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3분기 영업손실은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165억원에서 약 300억원이 감소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4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되며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1조5986억원 영업손실 541억원으로 전망된다.
핵심인 리니지 계열 IP의 부진이 문제였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W’는 1분기 828억5700만 원에서 3분기 468억6600만원으로 43% 이상 감소했다. ‘리니지2M’ 역시 1분기 558억7200만원에서 3분기 431억4300만원으로 22% 하락했다. 그 외에도 '호연'과 '저니오브모나크' 등의 신작들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엔씨소프트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IP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게임성의 획일화다. 2021년 이후 출시된 신작들은 모두 리니지의 성공 공식을 답습했지만 이용자들은 반복되는 성장 시스템과 과도한 과금 유도에 피로감을 느꼈다.
예를 들어 호연에는 20가지가 넘는 성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게임은 '탈 리니지'를 선언한 이후 첫 행보였지만 저 시스템으로 인해 또다시 과금 유도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은 게임 장르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Pay to Win(P2W) 모델을 채택했고 이외에도 부실한 게임성과 운영 문제 등이 겹치면서 이용자들은 이에 반발해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외면했다.
여기에 더해 내부 조직 문제도 지적됐다. 수직적 조직 문화와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신선한 시도나 창의적인 게임 기획이 가로막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직 관계자들은 “중앙에서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프로젝트 진척이 더뎌지고, 기존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데 급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직된 구조가 결국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을 가로막았고 엔씨소프트의 신작들이 흥행에 실패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4분기부터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도입하며 ‘쓰론 앤 리버티’, ‘LLL’, ‘택탄’ 등의 개발을 각 스튜디오가 전담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창의성을 살리고 개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본사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는 중앙집권적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총 1500명의 인력이 빠져나갔다. 인건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엔씨소프트는 2025년을 반등의 해로 삼고 ‘아이온2’를 필두로 신작 라인업을 내놓을 예정이다. ‘LLL’, ‘TACTAN(택탄)’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예고했다. 외부 스튜디오와 협력해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 등의 신작도 준비하고 있다. 엔씨는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고 장르 다변화를 꾀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류 MMORPG 외에 성공적인 게임을 제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작년 ‘트릭스터M’, ‘배틀크러쉬', ‘퍼즈업 아미토이’, '호연'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만약 새로운 신작들이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엔씨의 재도약은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푸른 뱀의 해를 ‘턴어라운드(반등)의 해’로 만들 수 있을까? 조직 개편과 신작 라인업이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비용 절감과 신작 출시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가 강조한 벤처정신으로의 재무장을 거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지 더 나아가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