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위기 심화…“K-무비 부흥 위해 새 창작자 지원 필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국제영화제가 올해 한국 장편 영화를 단 한 편도 초청하지 않으면서 충무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칸영화제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다음 달 13일 개막하는 제78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에는 한국 장편이 포함되지 않았다. 초청작 추가 발표가 있었지만, 끝내 한국 작품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 장편이 칸 공식 부문 초청에서 완전히 빠진 것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칸영화제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를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 영화를 세계 무대에 소개해 왔다.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등 여러 감독이 칸을 통해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랐고, 특히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최근 몇 년간도 연상호, 나홍진, 정주리, 변성현, 한준희 등 신세대 감독들이 칸의 무대를 밟아왔다. 그러나 매년 1~4편씩 장편이 초청되던 관례를 고려하면, 올해 '0편 초청'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초청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그래도 깜짝 초청을 기대했다"며 "한국 장편이 한 편도 없는 상황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산업 침체를 이번 결과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투자배급사들이 제작 편수를 줄이면서 흥행 가능성 높은 작품에만 자금을 집중했고, 이에 따라 예술성 높은 영화가 줄어든 탓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지금은 손익분기점만 넘겨도 성공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흥행 경험 있는 감독이나 안전한 소재에만 투자가 몰린다"며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은 제작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신인 감독 가뭄' 역시 이번 칸영화제 결과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충무로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창작자들이 부족하고, 이들을 지원할 투자 역시 크게 줄어든 실정이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을 때 34세,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을 내놨을 때 39세였다"며 "지금 30~40대 감독 중 이만큼 독창적이면서 완성도 높은 영화를 제작할 기회를 얻는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영화계는 한국 영화의 재도약을 위해 신진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과거 독립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한국 영화가 성장했고, '기생충' 같은 세계적 성공도 가능했다"며 "지금은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투자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매일신문] 이현정기자
hj_lee@jeonmae.co.kr
저작권자 © 전국매일신문 - 전국의 생생한 뉴스를 ‘한눈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