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관세·경제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어찌 됐든 우리가 좋아지는 쪽으로 정리됐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각종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질 이번 주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안마당이라 할 수 있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장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초청해 한나절 골프를 즐겼다.
이 라운딩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트럼프의 암묵적 동의 아래 기획한 사실상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설명회였다. '3500억 달러' 미국 투자 논의의 핵심 당사자들이기도 한 상황에서 트럼프와 직접 긴 시간 대화·토론할 기회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풀어갈 해법이 주목된다.
한·미 정부 간 관세·투자 협상 타결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 이전 완료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 K-총수의 민간 외교 노력이 협상에 조금은 도움이 되길 정·재계는 물론 일반 국민까지 기대하는 마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정부의 희토류 추가 수출통제에 맞서 이달 말 한국에서 갖기로 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파기하려 했다가 다시 열기로 번복했다. 미·중 양국 재무장관은 이번 주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조율한다.
미·중 정상이 더 극한 대립이나 파국으로 가기보다 한국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면 글로벌 경제 환경에 더없이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다. 트럼프의 위세는 추켜세워주고, 시진핑의 실리 또한 동시에 얻게 해 주는 한국의 '패스메이커(Path maker·행로개척자)' 역할을 기대해본다.
미국에 파견된 정부 관세 협상단도 이번 주 외교·재무적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통화스와프 관련한 해법은 그다지 실익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초 한·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띄운 '마스가(MASGA)'를 더 구체화·입체화해 조선업 협력 중심으로 접점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한국 주변은 늘 시끄러웠다. 요즘처럼 대한민국 그 자체와 주변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열광 받은 적도 없는 듯하다.
이번 주 일어나는 여러 국내외 사안에 우리나라가 중심을 잡고, 잘 대처해 나간다면 우리는 진짜 잔치 분위기에서 다음 주 APEC 손님들을 맞이할 것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