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 5명, 트럼프와 7시간 골프…관세협상 ‘물밑 지원’

2025-10-19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한국 주요 그룹 총수들의 골프 회동이 막판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와 마찬가지로 재계가 물밑에서 협상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한국·일본·대만 기업 대표들과 약 7시간에 걸쳐 골프 회동을 가졌다. 한국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5분쯤 골프장에 도착해 오후 4시50분쯤 일정을 마친 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갔다.

이번 회동은 전설적인 골프 선수 게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을 맞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골프는 4인 1조로 진행되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한 조를 이룬 기업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풀 기자단의 공식적인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점심이나 휴식 시간에 한국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21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면한 바 있다.

이번 회동은 단순 친교 행사를 넘어 한·미 관세 협상을 측면에서 지원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한·미 양국은 관세 인하 조건인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세부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보증과 대출 중심의 펀드 조성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에선 현금 투자 방식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지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언급하면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된 만큼 재계 총수들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반도체·배터리·자동차·조선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관세와 투자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개최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1500억 달러(약 210조원) 규모의 추가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특히 한화가 참여하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이번 회동에서 주요 안건으로 거론됐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후속 협상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협상 물꼬를 트기 위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찾아 마스가 추진 상황을 적극 논의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OMB 방문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조선산업 협력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골프 회동을 끝마친 총수들은 국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속속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한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오는 28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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