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금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행동주의 펀드들과 투자 논의를 진행했다. MIT 기금은 운용 자산(AUM)만 35조 원이 넘는 대형 연기금으로 한국 기업들의 주주 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편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IT 기금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을 찾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쿼드자산운용 등 국내 행동주의 펀드와 개별적으로 투자 논의를 진행했다. 향후 자금 위탁 등을 본격화하기 앞서 킥오프 성격의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직전 국내 운용사들과 만나 운용사들의 투자 전략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향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T 기금은 대학 발전 기금으로 자금의 일부를 주식, 채권, 실물 자산 등에 투자해 운용한다. 특히 벤처 투자 등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높은 수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2021년에는 연 평균 34.6%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미국 대학 기금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MIT 기금은 한국 상장사들의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더해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증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50% 넘는 상승률로 글로벌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MIT가 직접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투자 전략보다는 주주환원 확대 요구 등의 방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특정 기업에 투자한 뒤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이사 선임이나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여 기업 가치와 주가를 높이고 수익을 추구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한국 행동주의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SM엔터테인먼트, JB금융, 두산밥캣, 코웨이 등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해 주주환원 정책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같은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북미와 아시아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컨설팅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며, 쿼드자산운용은 한국단자공업을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 주주 환원 정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지배구조 개선 등이 꼽힌다”며 “자금을 위탁할 경우 직접 투자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동시에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시장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