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즈한국은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BIT(Business Innovation Track)가 작성한 전략 리포트를 10여 회에 걸쳐 연재한다. 전환점에 선 기업의 문제를 Z세대 시각으로 분석한 리포트를 통해 혁신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K팝 산업은 전통적으로 기획사가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팬덤을 통해 앨범, 굿즈, 콘서트, 라이선스 등 다각적 수익원을 반복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K팝 산업은 인공지능(AI), 메타버스, VR/AR,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적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분야는 신규 비즈니스 창출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사의 진출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투명한 수익 분배, 조작 불가능한 팬 이벤트 기록, 실시간 데이터 기록 등 블록체인의 기능은 기존의 불투명한 구조를 개선하고 팬덤 충성도를 회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이브의 시행착오, 기술 중심 접근의 한계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암호화된 형태로 모든 참여자에게 동시에 기록해, 어떤 개인이나 기관도 임의로 변조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다. 2021년 사명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HYBE)’로 변경하기 직전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IP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밝힌 바 있다. 신사업 일환으로 하이브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나 성과가 부진해 결국 사업을 종료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너리코리아 철수와 모먼티카 플랫폼의 실패다.
바이너리코리아는 웹3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IP를 디지털 콘텐츠화하는 하이브의 자회사로 2022년 설립되었으나, 2025년 3월 흡수합병 방식으로 블록체인 사업에서 철수했다. 또 하이브와 두나무의 합작법인 ‘레벨스’가 운영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플랫폼 ‘모먼티카’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미공개 사진, 영상, 음성 메시지를 디지털 자산의 소유를 증명하는 NFT로 발행하고 ‘테이크(TAKE)’라는 디지털 카드로 수집·거래·전시할 수 있는 서비스였으나, 2025년 6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실패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갑 개설, 암호화폐 구매 등 복잡한 절차와 생소한 용어가 팬덤에게 높은 진입 장벽이 되어 참여를 저해했다. 모먼티카에서 NFT 형식의 포토카드를 구매하려면 단순히 결제 및 구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갑(암호화폐 저장소) 앱을 다운로드받아 거래소에 가입한 뒤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가스비(거래 시 발생하는 네트워크 수수료)를 지불하고 민팅(NFT를 발행받는 과정)을 대기하는 등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하이브는 팬들이 IP를 ‘자산’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으로 구매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팬들의 기술 거부감과 “돈벌이용 상품 개발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굿즈 불매 및 환불 인증이 이어졌다.
결국 2024년 매출 46만 8000원, 순손실 42억 8000만 원 등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며 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수용성을 확인한 하이브는 아티스트 관리 등 본래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모드하우스, 팬 참여로 아이돌 멤버 결정
반면 신생 기획사인 모드하우스는 NFT 및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팬 참여형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 아이돌 기획사와 다른 운영 방식을 보여주었다. 성과도 긍정적이다. 모드하우스의 매출은 2023년 59억 원에서 2024년 203억 대로 242.2%의 성장률을 보여주었으며, 2023년 86억 원 규모였던 적자도 2024년 44억 원 규모로 줄어 크게 개선됐다. 아티스트 차원에서도 이 서비스를 통해 데뷔한 그룹 트리플에스가 2023년 MAMA 걸그룹 신인상을 수상하며 긍정적 성과를 입증했다.
모드하우스의 핵심 플랫폼인 ‘코스모(COSMO)’는 팬들이 ‘오브젝트(Objekt)’라는 디지털 카드를 구매하거나 무료로 획득하면서 시작된다. 각 오브젝트의 QR 코드를 인식하면 디지털로 동일한 오브젝트를 동시에 소유하게 되며, 1개의 ‘COMO’(투표할 수 있는 토큰)가 제공된다. 이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교환 가능하다. 팬들은 COMO를 이용해 ‘디멘션’(활동 유닛 구성)에 참여해 활동곡, 멤버 등을 투표할 수 있다.

코스모는 팬들이 아이돌 그룹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팬들에게 단순 소비자가 아닌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는 몰입의 경험을 제공한다. 백광현 모드하우스 부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팬들이 더욱 몰입하며 즐길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을 만들려면 ‘팬 참여’가 필수적”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사업 초기부터 웹3(Web3)와 블록체인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소속 아티스트와 팬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품보다 경험이 중요
기술 기반 IP 기업이 되려는 하이브는 위버스를 팬 커뮤니티부터 소통까지 모두 가능한 ‘슈퍼앱’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과거 하이브는 기술을 도입하면서 팬들은 IP를 자산으로 보지 않고 경험과 감정으로 본다는 점을 간과했다. 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처럼 ‘상품’으로서의 블록체인이 아니라 ‘경험 기반’의 블록체인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핵심은 팬들의 참여다. 팬들의 참여는 근본적으로는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에서 발생하지만, 애정에서 비롯된 참여가 유지되려면 결국 회사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팬들이 기획사에 원하는 것은 얼마나 자신의 의견이 잘 반영되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얼마나 투명한지다.
기술을 도입하고 싶다면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서는 안 된다. 기술은 언제나 보이지 않아야 한다. 소비자(팬)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구현된 ‘새롭고 가치 있는 경험’을 구매한다. ‘블록체인’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고도 팬들의 활동에 자연스럽게 기술이 녹아들 수 있다. 팬들은 기술을 인지하지 못한 채 쉽게 IP와 상호작용해야 하며, 이는 ‘거부감 없이’ 작동해야 한다.
현재 위버스는 팬 커뮤니티로서의 기능과 더불어 공개방송 방청 및 콘서트 응모, 굿즈 및 멤버십 판매의 기능을 하고 있다. 여기에 팬들의 참여를 더하고 싶다면 신뢰도를 높일 블록체인 도입이 필수적이다. 모드하우스는 코스모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해 투표 결과를 투명하게 확인해준다. 위버스는 공개방송 방청과 콘서트 응모 등 투명성이 필요한 절차가 모드하우스보다 더 많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응모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팬들의 신뢰도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이윤이 많이 남는 굿즈 판매가 중요하다.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굿즈 등 상품 판매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현재는 위버스에서 상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 결정, 판매, 배송으로 그 과정이 끝이 난다.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면 추가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위버스에서 상품을 구매할 시 증명 수단으로 NFT를 이용하고, 블록체인에 기록된 NFT는 재화로 변환할 수 있다. 위버스에서는 이미 ‘젤리’라는 자체 재화가 있으며, 이는 아티스트와의 DM 서비스를 결제할 때 사용된다. 이 외에도 팬들은 굿즈와 멤버십 구매 등에 돈을 지불하게 된다. 구매가 증가할수록 보상이 커지고, 그 보상이 더 큰 참여를 유도하는 순환적인 구조가 구축될 것이다.
하이브가 잘하는 것이 있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시리즈부터 엔하이픈, 앤팀의 다크문 시리즈까지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다. 블록체인도 팬들이 가장 몰입할 만한 스토리와 접목할 때 시너지가 가장 클 것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반 NFT를 수집해 스토리 전개 방식을 팬들이 투표로 직접 결정하도록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형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단순 수집이 창조적 참여로 전환되어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면서 팬들의 충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이브의 블록체인 사업은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팬들의 니즈에 맞는 경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로 수익성 확보가 되지 않는다. 사업 방향을 기술 강조에서 경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하이브가 진정한 기술 기반 IP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경험 뒤에 숨어 그들의 참여와 몰입을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혁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당장의 수익을 넘어, 팬덤의 장기적인 ‘참여 가치’를 극대화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돌파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황세빈 (계량위험관리학과·정치외교학과 22)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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