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처럼 트럼프에 보복? 한국에 전혀 도움안돼" 전 USTR 부대표 웬디 커틀러

2025-04-10

“관세 협상에서 한국과 같은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에게 더 유리한 대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미국 측 주역이었던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9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에 부과된 상호 관세율 25%는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대해 ‘상호 관세 90일 유예’ 조치를 발표하면서 기존 25%의 상호 관세가 부과된 한국은 기본 관세 10%가 적용되는 상태에서 미 통상 당국과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나서게 된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한국은 FTA 체결국인 데다 그동안 대미 제조업 투자를 대폭 확대한 점에 비춰봐도 25%의 상호 관세는 꽤 무거운 조치라며 “협상으로 충분히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을 두고 승자가 없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패자인 ‘루즈루즈 게임(Lose-Lose Game)’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대응 전략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에 맞서 관세를 더 올릴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보복 대응은 정답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정인교)과 미국의 USTR 대표(제이미슨 그리어)가 최대한 자주 만나 신뢰를 구축한 뒤 양국 무역 관계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또 “‘관세전쟁’의 시대에 상호 존중의 미덕은 사치일 수 있다”며 “누구보다 빨리 대처하는 민첩성, 그리고 상황에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전쟁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2007년 한ㆍ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한국과의 협상을 총괄한 커틀러 전 부대표는 현재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으로 있다.

“관세전쟁 모두 패자인 루즈루즈게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유예’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무역적자가 교역 대상 국가와의 불공정한 무역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관세를 인상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확신이 강하다. 무역적자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에는 이해가 되나 상황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관세가 아니다. 파트너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보복을 선언했다. 이미 우리는 중국의 보복에 미국의 재보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무역전쟁이 전면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 경제 침체,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모두에게 손해이고 상처만 남는 ‘루즈루즈 게임’이다.”

고강도 압박 후 슬며시 철회하는 예측불허 관세 정책에 시장의 혼란이 크다.

“지난 2일 상호 관세율 설정 산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단순히 특정 대상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수입 규모로 나눈 비율에 기초한 상호 관세율은 정확한 수단이 아니다. 이틀 전 상호 관세 일시 중지설이 나왔을 때 백악관은 ‘가짜뉴스’라고 부인했는데 결국 90일 유예 결정이 나오는 등 예측 불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인기가 없는 관세 정책이 신뢰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협상이 최선…韓 관세율 조정 여지 커”

협상 국면이 본격화할 텐데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즐기며 현실적으로 협상이 최선의 해결책일 수 있다. 중국이나 EU처럼 보복을 선택하는 건 도움이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에 재보복으로 대응하며 여기에는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누군가 때리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는 ‘트럼프 룰’이 작용한다. 이게 허풍이 아니라는 것은 집권 1기 때 벼랑 끝으로 갔던 미ㆍ중 무역전쟁에서도 알 수 있다.”

협상이 성공적일 경우 관세가 상당 부분 인하될까.

“가능성이 있다. 사실 미국과 한국은 FTA에 따라 양국 간 거의 모든 교역은 무(無)관세다. 그럼에도 25%의 상호 관세율이 부과됐을 때 개인적으로 놀랐다. 거꾸로 보면 향후 협상에 따라 관세 조정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도 된다. USTR 대표와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의 협상 테이블에서 양국 무역의 주요 우려를 해소하고 조선 등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다면 분명 관세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 학사 학위를, 조지타운대에서 외교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28년간 미국무역대표부에서 통상 문제를 다룬 미국 내 최고의 통상 분야 베테랑이다. 2006~2007년 한ㆍ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 대표를 맡아 김종훈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와 줄다리기 협상 끝에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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