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널 팬들이 구단의 ‘르완다 방문(Visit Rwanda)’ 스폰서십 계약에 반발하며 이를 조롱하는 ‘(토트넘 방문)Visit Tottenham’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캠페인은 아스널 팬 모임 ‘거너스로피스(Gunners For Peace)’가 주도했으며, 르완다 정부와의 협력 관계에 대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라이벌 토트넘 홋스퍼를 관광지로 소개하는 풍자 영상을 제작해 SNS에 배포하는 한편, 24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외곽에 대형 포스터를 설치하고 팬들에게 검정 완장을 배포했다. 해당 완장은 유니폼 소매에 부착된 ‘Visit Rwanda’ 로고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캠페인 관계자인 제임스 터너는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르완다 외에도 수많은 스폰서가 줄을 설 것”이라며 “이 계약을 중단하는 것은 구단의 윤리적 신념을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콩고민주공화국 아스널 팬들 중 일부는 이 스폰서가 사라지기 전까지 유니폼을 입지 않기로 했다”며, 캠페인의 배경에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지난 2월 르완다가 콩고 반군 M23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해당 국가에 대한 원조를 중단했다. 르완다 대통령 폴 카가메는 아스널 팬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르완다애국전선(RPF)’이 주도하는 권위주의적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23년 보고서에서 RPF 정권이 “실제 또는 예상되는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을 지속했다”며, 수감된 야당 인사가 12명 이상이고, 그 중 다수가 “근거 없는 혐의로 기소 또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가메는 2010년부터 대통령직을 맡고 있으며, 2017년 대선에서 98.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7선에 성공했다. 당시 선거는 “표현의 자유가 거의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치러졌다”고 HRW는 지적했다.
아스널은 2018년부터 남녀 팀 유니폼 소매에 ‘Visit Rwanda’ 로고를 붙이며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 계약이 연장됐다. 클럽의 2023-24 시즌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계약을 통해 약 1000만 파운드 수익을 올렸다.
르완다 관광청은 바이에른 뮌헨과도 유사한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으며, 지난해 4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바이에른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카가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아스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언론의 질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