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의해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의 가족들이 "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갱단으로 몰려 추방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내부에서도 "이민자들 상당수가 전과가 없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적법한 절차 없이 무고한 베네수엘라인들을 추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은 미국에서 추방돼 엘살바도르 테러범 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수감된 베네수엘라인들의 가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 마약 밀매 및 폭력 집단인 '트렌 데 아라과'(238명)와 국제 폭력 조직 'MS-13'(23명)의 조직원 등 총 261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으로부터 600만 달러(약 87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이들을 1년 간 수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261명 중 상당수가 갱단과는 무관한, 무고한 베네수엘라인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감자 프리츠게랄트 데 헤수스(25)는 베네수엘라에서 운동선수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장 준군사 조직을 피해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만 이민자 수용소로 보내졌다. 데 헤수스의 여동생은 미 NBC 뉴스에 "문신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빠 몸의 문신 중 어느 것도 갱단과 관련이 없다"며 "목과 팔에 장미 문신이 있고 가슴에 'mama'(엄마)라고 적힌 문신과 천사 문신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수감자인 아넬로 사라비아(19)의 여동생도 로이터통신에 "ICE(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기관인 이민세관단속국) 직원으로부터 오빠가 장미 문신때문에 구금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미용사로 일했던 수감자 프란치스코 가르시아 카시케(24)의 가족이 공개한 사진엔 그의 팔에 'Vivir el momento'라는 문구가 장미 문신과 함께 새겨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말은 스페인어로 '지금을 즐기라'는 뜻이다.

망명 재판 중이거나 전과 없는데 추방
특히 수감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망명신청 후 재판이 진행 중이었거나 범죄 기록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데 헤수스의 법률 대리인인 조셉 지아르디나 변호사는 "망명 재판 중 의뢰인이 추방됐다"며 "그간 미 정부가 I-213이나 어떤 범죄 증거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I-213은 불법 체류자나 추방 대상자의 범죄 기록 등을 담은 문서다. NBC뉴스에 따르면 ICE 직원도 "추방된 이들 중 다수가 미국에서 범죄 기록이 없다"고 법원에서 증언했다. NBC뉴스는 "국토안보부는 추방된 이들의 범죄 경력 추가 정보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행정부와 사법부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앞서 워싱턴DC 연방법원이 추방을 일시 정지하라고 명령했는데 이에 대해 백악관은 "이미 추방된 뒤에 명령이 내려졌다. 명령을 거부한 게 아니다"라며 맞선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8일 트루스소셜에 "판사가 급진좌파 미치광이"라며 "나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아스버그 연방법원 판사는 20일 법무부에 "비행기를 되돌리지 않은 것이 왜 법원의 명령에 대한 위반이 아닌지 25일까지 증명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