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치과진료의 현실과 개선방안

2025-02-07

[특별기고⑩]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정주아 섭외이사(따뜻한치과병원 실장)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환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치매환자의 구강관리와 치과진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치매환자는 인지능력의 저하로 인해 스스로 구강관리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는 곧 구강건강 악화로 이어져 전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에서 치매환자들의 구강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은 미흡한 실정이다.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회장 임지준 이하 치구협)의 본지 특별기고는 치매환자의 구강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치과의료진의 치매환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치매환자의 구강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중요한 문제이다. 치구협은 이번 특별기고를 통해 치매환자의 치과진료와 구강관리, 보호자 및 종사자 교육, 정책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치과의료진과 보호자, 돌봄종사자 및 관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특별기고를 통해 치과의료진과 함께 우리 사회가 치매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으며 치매는 더 이상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나는 매일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는 보호자들의 전화를 받는다.

"우리 어머님이 치매가 있으신데 치과진료가 가능할까요? 근처 치과에 가보려 했는데 진료가 어렵다고 하네요.", "대구에 사는데 치매환자도 진료 가능한 병원을 알려주세요."

치과가 흔하다고 하지만 치매환자 보호자들에게 부모님을 치료할 수 있는 치과를 찾는 일은 여전히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 치매노인을 사랑하는 모임(치노사모)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치과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문의가 매일같이 올라온다.

통계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70% 이상이 적절한 구강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 중 30%는 구강건강 악화로 인해 전신건강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치매환자의 치과진료, 현실의 벽

치매환자의 치과진료가 어려운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치매환자가 직접 치과에 내원하기 어려운 문제부터,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치과가 거의 없다는 현실이 보호자들을 더욱 막막하게 만든다.

1. 이동권 문제

치매환자의 경우 거동이 불편하거나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해 여러 명이 동반해야 하며 일반량 이용이 어려워 사설구급차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사설구급차 이용료가 치과진료비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

2. 치과 접근성 부족

치매환자를 위한 치과가 부족해 지방환자들은 서울까지 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검진만 가능하고 치료까지 진행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3. 행동조절의 어려움

치매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치료과정에서 저항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자체가 어렵다.

4. 복합질환 및 투약 문제

치매환자는 고령이므로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다양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어 복용 중인 약물과의 상충문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5. 치료시기의 문제

보호자들은 치매가 심해진 후에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고 결국 발치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씹는 기능이 약해지고 결국 영양불균형과 근육감소로 건강이 더 악화된다.

6. 지속적인 구강관리의 어려움

치과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정기적인 내원이 어렵고 보호자가 지치면서 구강건강 유지가 어려워진다.

해결책과 제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매환자의 치과 접근성을 높이고 조기치료 및 예방적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1. 조기구강검진 의무화

치매진단을 받으면 구강검진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에서 20만 명이 넘는 치매 환자를 치료한 하세가와 선생의 경우 치매환자의 치과방문을 독려하고 있다. 치매환자가 미장원보다 치과를 더 자주 방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2. 치과 내 치매환자전담 진료체계 구축

일반 치과에서 치매환자를 진료하기 어려운 만큼 치매환자 전담치과 또는 이동치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3. 보호자 교육 강화

치매환자의 구강건강이 전신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보호자들에게 올바른 구강관리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4. 보험 및 의료지원 확대

치매환자의 구강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장애인치과진료 수가 수준으로 진료비를 현실화하며 사설구급차 이용료 지원과 같은 이동편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치과방문, 치매진행을 늦추는 첫걸음

치매환자의 구강건강은 단순히 치아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치과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지 못하면 씹는 기능이 저하돼 영양섭취가 어려워지고 결국 전신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또한 구강위생이 나빠질 경우 흡인성 폐렴 등의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매일 보호자들과 상담하며 느낀다. 치과를 찾아오는 보호자들은 정말 효자, 효녀들이다. 치매환자를 데리고 치과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환자의 치과진료가 더 이상 '어렵고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되도록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 엄마, 아빠가 치매라도 먹는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이제는 치과가 먼저 다가서야 한다.

치매환자의 구강건강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다.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치과가 먼저 다가서고 정부가 지원하며 사회가 함께 노력한다면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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