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딥시크·알리바바 앞세워 'AI 오픈소스' 미국 추월

중국이 딥시크·알리바바 등을 앞세워 글로벌 인공지능(AI) 오픈소스 시장에서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AI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 연구 결과, 중국산 신규 AI 오픈소스 모델 다운로드 점유율이 지난 1년 동안 17%로 증가했다. 구글, 메타, 오픈AI 등 미국 개발사들의 다운로드 점유율 합인 15.8%를 넘어섰다.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개방형 AI 모델 시장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 중국의 AI 오픈소스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데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소스는 개발자가 무료 다운로드·수정할 수 있는 개방형 모델로 서비스나 연구개발(R&D) 진입장벽을 낮춘다.

이러한 역전 현상은 중국과 AI 경쟁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에 '미국적 가치'를 담은 오픈소스 모델에 투자를 독려하는 가운데 나타났다.

FT는 중국 기업의 오픈소스 전략은 대다수 미국 빅테크 기업이 취하는 폐쇄형 접근 방식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미국 빅테크는 프런티어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자사 최첨단 기술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 고객 구독이나 기업 거래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라마' 등 AI 모델 개방에 적극적이었던 메타 역시 최근 '초지능' 개발을 위해 폐쇄형 모델 개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딥시크·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로부터 자사 모델에 대한 더 폭넓은 접근 권한을 제공하도록 독려받았다. 엔비디아 최첨단 AI 반도체 수출 제한이 사실상 중국 내 협업을 가속화하는 등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로 이같은 움직임을 이끌었다.

웬디 창 MERICS(유럽 중국 연구·분석 싱크탱크) 수석연구원은 “중국에서는 오픈소스가 미국보다 더 주류를 이루는 추세”라며“미국 기업은 높은 가치 평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자사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중국 오픈소스 모델 다운로드 대다수는 딥시크 R1과 알리바바 큐원(Qwen) 등 모델이다. 오픈AI가 지난 8월 최초의 '오픈웨이트' 모델을 선보였으나 학습에 필요한 코드나 학습 데이터를 제한적으로 제공하며 확산 성과는 크지 않다.

셰인 롱프레 MIT 연구원은 “딥시크와 알리바바 클라우드 같은 중국 기업들이 모델 출시에 있어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이 6개월 또는 1년마다 일련의 모델을 출시하는 것과 달리 중국 기업은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형 모델을 포함해 매주 또는 격주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최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 내 AI 연구진이 증류 등 기술을 사용, 작지만 강력한 모델을 만드는 등 모델 개발에 보다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AI 비디오 생성 모델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은 오픈소스 개발 분야에서 중국보다 훨씬 적은 수의 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재닛 이건 CNAS(비영리 미국 국가안보·외교정책 싱크탱크) 부소장은 “미국은 중국이 오픈소스 모델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