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完經)
김숙희(1950∼ )
등걸로 남은 세월
불기 없는 아궁이에
청풍명월 고운 숨결
호밋날도 녹이 슬고
기침도
죄만 같아서
돌아눕는 밤 모래톱
-엉겅퀴 독법(고요아침)
고통없는 변화가 어디 있으랴
완경은 여성의 폐경(閉經)을 이름이다. 이때를 갱년기라고 하는데 신체와 정신적 고통을 겪기도 한다.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나는 듯한 공허감을 느끼기도 한다.
시인도 ‘등걸로 남은 세월/불기 없는 아궁이’로 표현했다. 녹이 슨 호밋날이며 ‘기침도/죄만 같아서/돌아눕는’다고 한다.
그러나 고통 없는 변화가 어디 있으랴. 여성으로의 삶을 완성해가는 한 과정이 아니겠는가?
나라의 고통이 오래가고 있다.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 고통도 결국 나라의 성장통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여성이 완경의 고통 속에서 하나의 완성된 인간으로 성숙하듯이….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