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상호 관세 제외→한달 뒤 품목 관세 부과 '혼란'
무관세 기대했던 모바일업계, 관세 유예·가격 인상·생산지 이동 '고민'

국내 모바일업계가 들쑥날쑥한 미 정부의 관세 정책에 흔들리고 있다. 스마트폰 품목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뒤 불과 하루 만에 품목관세에 포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선행 생산, 가격 인상, 공급지 이전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나흘간 글로벌 전역을 휩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크게 '대중국 상호관세 145%로 상향→반도체·스마트폰 상호관세 제외→한 달 뒤 반도체·스마트폰 품목관세 부과 예정' 등이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이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등 20개 품목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할 당시만 하더라도 가전 등 가격 폭탄을 맞게 된 소비자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삼성은 전체의 스마트폰 절반을 베트남에서, 30%는 인도에서, 나머지 20%는 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관세는 베트남 46%, 인도 26%, 한국 25%, 브라질 10%, 인도네시아 32%다.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던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자, 업계는 대미 무관세 수출길이 열리게 돼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안도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13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일부 다른 전자제품은 한 달 내에 부과 예정인 반도체 관세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발언해 다시 안갯 속을 걷게 됐다. 그의 발언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은 상호관세에서는 제외하지만 품목관세에는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러트닉 장관은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말해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삼성 등 모바일업계에 남은 시한은 미 정부가 예고한 대로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이 골든 타임을 활용해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전자제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및 국가별 상호관세가 적용된다면 글로벌 IT 수요 위축과 재고조정 리스크는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는 특정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품목관세는 모든 수출국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만큼 세율 규모에 따라 삼성, 애플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하루 아침에 관세 정책을 뒤집는 것을 근거로 품목관세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 강행 시 가장 타격을 받는 모바일 업체는 애플이기 때문에 유예하거나 소폭 올리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추정에 따르면 아이폰 87%, 아이패드(iPad) 80%, 맥(Mac) 6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들 제품을 합치면 애플 연간 매출의 75%가 중국에서 나온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의 경우 대부분이 베트남에서 제조된다. 중국 고율 관세가 그대로 관철되고 베트남 관세 46%도 예외없이 적용된다면 아이폰 가격은 2~3배 뛰게 되는 셈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애플로서는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 관세를 유예하거나 낮추는 것이 최선이다. 미 정부가 자국 내 생산을 노골적으로 원하는 만큼 생산지를 일부 미국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우리는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며 우리는 다른 나라에 인질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와 의약품은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관세 모델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해 자국 내 생산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그러나 미국으로 공급망을 이전하게 될 경우 인건비 상승, 공장 운영 등 측면에서 불어나는 비용을 쉽게 감내하기 어렵다. 단순히 완제품 생산기지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 부품 등을 포함한 공급망을 고려해야 한다. 만일 미국에서 일부 생산한다고 가정한다면 그만큼 늘어나는 스마트폰 원가 부담을 축소하는 방안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애플, 삼성 등 제조사들은 중국이나 미국 대신 원가 부담이 작은 다른 생산 거점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이 인도가 지난해 미국향 아이폰 생산 20%를 담당한 점 등을 근거로 중국 대안지로 인도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 닐 샤(Neil Shah)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인도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며, 다음이 브라질"이라면서도 "인도를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이 충족돼야 한다. 인도 EMS 파트너들의 기술력, 설비 투자 의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관세 협상에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인도의 역량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생산의 경우 주로 중저가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 합작생산(JDM) 형태여서 애플 보다 타격이 적지만 품목별 관세 영향권에 드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남은 한 달 간 삼성은 갤럭시 선행 생산으로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는 한편 가격 조정, 글로벌 생산 거점 이전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품목관세 변동폭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갤럭시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적용할지, 내부적으로 흡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인상분을 모두 판매 가격에 전가한다면, 글로벌 점유율이 위축될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2024년 4분기 애플 65%, 삼성 18%다. 판가 상승 시 플래그십인 갤럭시 S 라인업은 애플에, 중저가 라인인 A·M시리즈는 중화권에 밀릴 수 있다.
이를 위해 고정비 부담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브라질, 한국 등이 베트남 대체 생산거점으로 거론된다.
이중 브라질은 미국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어 물류 비용 절감, 공급망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다만 고사양 제품 생산으로 전환할 경우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며, 일정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을 확보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카날리스는 '2025년 브라질 스마트폰 시장' 보고서에서 "신규 공급업체들은 장기 성공을 위해 현지 요구 사항을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면서 높은 수입 비용, 세금, 마케팅 및 물류 비용, 규제 장벽을 예로 들었다.
인도 이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 연구위원은 “삼성은 인도 내에 상당한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보다 베트남에서 인도로의 생산 이전을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면서 "삼성은 인도에 두 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하나는 확장 가능한 잉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성공한다면, 삼성의 한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모델의 수출이 증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처럼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장기적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제품 경쟁력을 통해 고정 고객층을 늘린다면 관세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설명이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는 "스마트폰 관세 유예 조치는 일시적일 수 있으니 대응이 필요하다. 생산지 조정도 쉽지 않다"면서 "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절감, 제품력 강화가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