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편의점을 하는 A씨(61)는 올 추석에도 가게 문을 열었다. A씨는 “가게가 주택가에 있어 손님 대부분이 고향이나 여행지로 떠났다”며 “명절 연휴엔 매출이 평소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가맹본부(본사)에선 ‘다른 가게도 다 쉬지 않는다며’며 문을 닫지 말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가족들을 고향에 보낸 채 홀로 편의점을 지켰다.
“본사가 ‘명절에 쉬면 재계약 때 불이익’ 압박해”

황금 연휴에도 프랜차이즈·발주사 눈치를 보느라 나 홀로 가게를 열고 쉬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점포 매출이 본사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 탓에 명절에도 근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서울 한 전철역에 입찰 계약을 통해 입점한 디저트 가게 사장 B씨도 대체휴일인 8일 가게 문을 열었다. B씨는 “명절 전에 발주사 영업관리자(FC)가 와서 ‘연휴에 하루도 쉬면 안 된다’고 했다”며 “점주 불만이 많아지자 추석 당일 하루만 쉬어도 된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그는 “점포별로 매출의 18~20%를 수수료로 내는데, 재료비 등을 떼면 명절엔 문을 열어도 적자”라며 “휴무를 하면 나중에 재계약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은 점포도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 외에도 쉬는 날 없는 점포 17만개

이들과 같이 본사와 가맹·입찰 계약을 맺고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명절 연휴는 물론 평소에도 별다른 휴무일이 없는 상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카페 등 주요 업종 가맹점 가운데 정기 휴무일 없이 운영하는 점포는 전국 16만9364곳에 달했다(2023년 기준). 정기휴무일은 공휴일·명절 등을 제외하고 가맹점이 정기적으로 쉬는 날을 뜻한다. 편의점업은 전체의 99.2%가 정기 휴무일 없이 운영됐고, 커피·기타비알코올음료점업의 81.4%, 제과점업의 78.3%가 정기 휴무일이 없었다.
편의점의 경우 지난 2019년 업계의 요구에 따라 점주가 명절 6주 전에 신청하면 당일 하루 영업을 쉴 수 있도록 하는 표준가맹계약서가 마련된 상태다. 그러나 ‘본사가 휴무의 타당성을 확인해 승인 여부를 통지’하게 돼 있어 대부분의 점주가 본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명절이나 휴가 때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쉽지는 않다. A씨와 B씨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평소에 따로 직원을 두기보다 가족의 일손을 쓰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정부가 주 4.5일제를 도입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면 직원을 고용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지난 1일 “주 4.5일제가 도입되고 주휴수당까지 유지되면 영세 소상공인은 이중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 4.5일제가 시행돼 주 소정근로시간이 36시간으로 줄면 1.5~2배의 휴일근로수당 등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소공연 측 설명이다.
전문가는 점주의 장시간 근로에 의존하는 가맹점·입점업체 구조에서 벗어나, 점주의 휴무 자율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랜차이즈 폐점률이 높은 가운데, 가맹본부와 점주 간 일방적인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더 늘고 서비스 질은 낮아질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주 휴무와 관련한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하는 방안 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