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14일 '새정부 규제개혁 방향은' 토론회 개최
송승헌 대표 "저성장 늪 탈출하려면 '큰 바위' 규제부터 치워야"
규제 논의만 수 년...'메가 샌드박스' 등 파격적 제도 필요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저성장의 늪에 빠진 원인이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어려운 경직된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개최한 '새정부 규제개혁 방향은'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송승헌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 대표는 "한국 경제가 1960~80년대, 1980~2000년대 성장한 이후 지난 20여년간 '새로운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간판기업의 부진 뿐 아니라 벤처기업에 투자되는 자본·인력·혁신도 지지부진하고, 서비스업, 자영업, 중소기업도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내외 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대지만, 현행 규제는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며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대부분 강화되기만 하고, 기업들이 변화에 맞춰 전략을 조정하기 어렵다 보니 결국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성장을 만들기 위해 규제 실패를 인정하고, 가장 큰 걸림돌을 먼저 치워야 할 때"라며 "수백 가지 규제를 하나씩 손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본시장 규제, 노동규제, 벤처투자 규제처럼 기업하려는 의지를 제약하는 핵심 규제부터 집중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대표는 "규제는 만들어질 당시 나름의 타당한 배경이 있었겠지만, 오늘날에는 대기업, 해외 기업, 국내외 투자자, 벤처 창업가 등 모두에게 혁신과 도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중"이라며 "이는 이념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인 만큼 성장과 분배, 좌우의 선택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사회 전체가 감내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규제는 논의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선 테스트 후 실행' 모델을 제안했다. 특정 구역내 상속세를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R&D 특구에 탄력적 근무제 허용과 같이 지역 맞춤형 특례를 적용해 규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전국의 규제를 다 푸는 방식 대신 시범적으로 규제를 풀고 그 효과를 검증해 가며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도 "메가 샌드박스는 원포인트가 아닌 종합적 규제완화제도로 국정과제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광범위한 규제특례를 위한 내용도 인사처와 감사원으로부터 보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희 교수는 규제혁신 체계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그는 ▲AI 규제지도로 소극행정 완화 규제혁신의 공수전환(공무원이 규제유지 당위성 입증) ▲범부처적 규제개선 ▲샌드박스 데이터 쌓이면 선제적 법령정비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 도입 등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해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스크 기반 규제와 AI 샌드박스를 주장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전주기적 리스크를 고려한 규제 설계가 필요하고, 민간 인증과 학계 평가를 연계한 체계가 요구된다"며 "AI와 같은 첨단 신산업 규제를 설계할 때 단일 법률이 아닌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접근해 기술친화적이고 신뢰가능한 유연한 규제체계를 수립하고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얼마나 완화해야 할지에 대한 실험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앞서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위해 국정기획위원회, 중앙정부, 지자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시기"라며 "규제혁신이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내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내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균형발전, 출생률 제고 등이 이루어지는 강한 선순환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규제혁신은 기업만의, 경제단체만의, 정부만의, 국회만의 힘으도로 안 되며 대표적인 협업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기술 진보와 산업 발전에 맞게 규제를 합리화하고 혁신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일준 부회장께서 입법영향평가에 대한 말씀을 주셨는데, 법이 만들어지면 규제가 덕지덕지 붙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싶다"며 "강력한 규제의 경우에는 입법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소멸, 청년 유출, 경제 활력 저하 등 구조적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규제에 있다"며 "정부가 진입 장벽을 걷고 기업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에는 정병규 국조실 규제혁신기획관, 최지영 스타트업포럼 상임이사, 이혁우 배재대 교수, 최해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박양수 대한상의 SGI 원장 등이 토론패널로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출간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책자를 토대로 '새로운 성장 시리즈'를 기획해 관련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앞서 발표한 '통계로 보는 민간 샌드박스', 'G20 상품수출 의존도 추이와 시사점'에 이어 새로운 성장 시리즈의 세 번째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