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농사용 전기요금 하반기 인상 ‘만지작’

2025-04-14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이르면 올 하반기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계약전력 300㎾(킬로와트) 이상 농어가가 우선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갑)은 “한전이 올 하반기 계약전력 300㎾ 이상 고객에 대한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실무 차원의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면서 “환율 등으로 농어가 경영비가 급등한 차에 전기요금까지 인상되면 농어가는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등에 확인한 결과, 한전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된 구두 협의를 최근 개시했다. 구체적인 인상 시점과 대상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전력 300㎾ 이상인 소비자에게 전기요금 인상의 화살이 향하리라 전망되는 건 한전이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을 통해 수행한 ‘농사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방향 수립 연구’와 관련 있다. 당시 보고서엔 “전력 사용량이 많은 계약전력 300㎾ 이상인 ‘농사용(을) 고압’ 소비자는 단기부터 (요금) 인상을 시행해 최종적으로는 ‘산업용(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농사용(을) 고압의 경우 1㎾당 1210원의 기본요금에 1㎾h(킬로와트시)당 66.6∼68.6원의 전력량요금이 붙는 반면, 산업용(을)은 6630∼9810원의 기본요금에 110∼259.8원의 전력량요금이 더해져 부담이 훨씬 높다.

대규모 전력 소비자에 대한 공격은 한전의 일관된 전략이기도 하다. 소수의 소비자가 혜택 대부분을 누린다는 게 문제라고 하면서다. 한전은 2012년 계약전력 1000㎾ 이상 농어가엔 산업용(을)을 적용하도록 한 데 이어 이듬해엔 대규모 사용자가 많은 농사용(을) 고압에 계절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했다. 2023년에는 대기업을 농사용 전기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게 계약전력 300㎾ 이상 소비자다. 이들은 8100가구(2022년 기준) 정도로 전체 농사용 전기 소비자의 0.5%에 그치긴 한다. 하지만 정부의 영농·영어 규모화·기업화 기조에 따라 이런 농어가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한 전문가는 “농업분야에선 대규모 축사가, 어업분야에선 상당수의 육상 양식장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전의 요금 인상은 계약전력 300㎾ 이상 소비자가 그야말로 ‘시작’일 수 있다. 앞선 보고서는 한전 적자의 한 원인으로 농사용 전기를 지목하면서 “농사용(을) 고압 300㎾ 미만 소비자에게도 원가를 회수하는 수준의 중장기적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사용(을) 저압에는 계절별 전력량요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여름·겨울철 전기 사용량이 많은 축사 등에서 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전이 관계부처 의견 조율을 요식행위로 끝내고 요금 인상을 단행할 경우 농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이 요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개입할 공식적인 방법은 없다.

문 의원은 “한전이 하반기에 전기요금을 전격 인상할 경우 상반기에 편성 가능성이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는 농가 지원 예산이 담기지 않아 농가가 전기요금 인상 피해를 당분간 맨몸으로 견뎌야 한다”면서 “장·차관을 포함해 농식품부·해수부가 협업 체계를 이뤄 공동 대응해달라”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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