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우가 KIA를 떠나는 시나리오가 조금씩 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 최형우를 붙들기 위해 KIA도 공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삼성의 공세가 무섭다. 박찬호에 이어 최형우까지 놓친다면 KIA의 반등 희망은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단 레전드에 올해도 153이닝을 던진 또다른 내부 FA 양현종과도 아직 협상에 큰 진전이 없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각 구단은 미리 설정해둔 방향성에 따라 움직인다. 대권을 노리는 팀은 행보가 과감하다. ‘오버 페이’라는 시선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한화는 4년 총액 100억원을 쏟아부으며 강백호를 품에 안았다. 최형우 쟁탈전에 뛰어든 삼성도 같은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랐고, 올해도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와 승부를 벌였다. 삼성이 만약 최형우를 얻는다면 단숨에 리그 최강 화력을 갖출 수 있다.
반면 무리한 외부 FA 영입보다 내실 다지기에 전념할 수도 있다. NC가 그런 사례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팀 전력에 크게 도움이 될 FA 자원 또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KIA의 내년은 당연히 ‘윈 나우(win now)’다. 올해 8위로 추락했다고 하지만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내년이면 김도영도 돌아온다. 부상으로 고전했던 나성범, 김선빈 등 베테랑 야수들의 반등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주축들의 부상으로 어려움은 크게 겪었지만, 그 대신 백업 자원들이 기대 이상 활약하며 경험치를 올렸다.
그러나 올겨울 KIA는 아직 ‘윈 나우’ 기조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박찬호를 놓쳤고, 최형우도 이제는 ‘발등의 불’이 됐다.
최형우는 올 시즌 133경기에 나가 타율 0.307에 24홈런 86타점을 올렸다. KIA 타자 중 타율 3할은 최형우 뿐이었다. 20홈런을 넘게 친 선수도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35홈런)과 최형우 단둘이었다. 그런 타자 없이도 KIA가 내년 시즌 ‘윈 나우’ 기조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찌감치 최대어로 분류된 박찬호를 눌러 앉히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최형우·양현종에게 일찌감치 전력을 쏟아부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다.
최형우 쟁탈전도 이제는 막바지 국면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KIA는 최형우 측과 27일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린다. 삼성이라는 경쟁자가 수면 위로 부상한 이상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KIA는 최형우를 붙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