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 전문직이 함께 일할 따 가장 어려운 것은 서로의 ‘언어 차이’다. 예를 들어, 개발직군이 비개발직군에게 지나치게 개발 용어를 많이 쓰거나, 법률 담당자가 개발직군에게 법률 용어를 많이 쓰면 소통이 어렵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서비스, 기능을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걸림돌로 작용한다. 심할 경우 프로젝트가 엎어지거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언어가 아닌 상대방의 언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최대한 쉬운 용어를 쓰고 이를 설명해주는 대화 방식이 필요하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일을 하다보면 이를 놓치기 쉽다.
뱅크샐러드는 전직군이 원활하게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말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여러 직군이 모여 회의할 때, 한 직원이 어렵게 설명을 한다면 ‘지킴이’들이 나서서 쉬운 설명을 해주거나 이를 요청한다. 이렇게 3~4년을 해 온 결과 뱅크샐러드 직원들의 의사소통 방식은 더욱 명료하고 쉬워졌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뱅크샐러드에 직군 간의 ‘쉬운 의사소통’ 문화를 전파한 사람은 김재한 뱅크샐러드 테크리드매니저(=사진)다. 그는 지난 2020년 뱅크샐러드에 합류해, 자산관리(PFM) PA 테크 팀을 이끌고 있다. 합류 당시 구성원들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보고,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전파하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뱅크샐러드 사옥에서 그를 만나 뱅크샐러드만의 의사소통 문화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뱅크샐러드 자산관리(PFM) PA 테크 팀에 소속됐는데, PA가 무엇인지?
PA는 상품 영역(Product Area)으로, 여러 개로 쪼개져있던 팀을 합친 것이다. 전에는 작은 형태의 팀으로 구성했었으나, 큰 덩어리의 기능을 만들기 위해 몇몇 팀을 합쳤다.
-PFM PA 테크팀은 어떤 일을 하나?
매출을 발생시키는 금융 상품 제휴 서비스, 보험, 건강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만드는 팀이다. 사용자가 뱅크샐러드(이하 뱅샐)를 처음 접했을 때, 혹은 뱅샐을 사용하면서 겪는 모든 경험의 시작과 끝을 만드는 팀이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금융 앱에 들어가면 알림이 많이 뜬다. 이런 것들을 사용자들에게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보여주면서, 저희가 원하는 액션을 유도하기 위한 것들에 집중을 하고 있다. 같은 콘텐츠더라도 어떤 단어를 쓰는지, 어느 시점에 보여주는지에 따라 사용자가 반응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시간적, 단어적 요소를 고민하고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달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마이데이터 연동을 해야 한다. 보통 핀테크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의 경우 개인정보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사용자가 개인정보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 실험했던 것으로는 배너가 있다. 상단에 보험, 은행, 카드 상품을 보여주는 배너가 있고, 그 밑에 사용자에게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배너가 있다. 공지 배너의 경우 작게 만들어져 사용자 액션을 많이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해당 배너에 반응할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상품군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 사용자들을 분류해, 각 사용자군에 맞는 내용으로 배너를 우선 배치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 사용자에게 쉽게 설명하고 잘 보이는 형태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사용자 전환율이 올라가는 추세다.
-PFM PA 테크팀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나?
팀이 소규모였을 때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운영하기 수월했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담당 제품이 늘어나니 덩어리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3개의 트랙으로 쪼갰다. 각 트랙별로 기획자 역할을 하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한 명씩 있고,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가 속해 있다.
아무래도 팀 안에 여러 직군이 있을 때 의견 차이가 생기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회의 등 소통할 때 직원들이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한다. 개발자만 아는 용어로 이야기를 하면 비개발 직군은 이해를 못한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담당 혹은 법무 담당하는 직원들이 전문 용어를 쓰면 다른 직군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프로젝트에서 맡은 각자의 업무를 설명할 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하고 있다.
-그게 당연한 것이고 좋은 방법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나?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킴이’들을 통해 이러한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테크리드 매니저, 테크리드 분들께 이러한 형태의 의사소통을 하도록 역할을 부여한다. 회의 도중 누군가가 개발 용어를 많이 쓴다고 하면, 지킴이들이 “이렇게 설명하면 훨씬 빨리 이해될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한다. 가령 한 직원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의 리스펀스가 이상해요”라고 말을 한다면, 이를 “뱅크샐러드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서버에서 내려오는 정보들이 지금 잘못 내려오고 있는데, 이 정보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체크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얘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문화 전파를 언제부터, 왜 시작하게 됐나?
입사하고 나서부터다. 5분 안에 끝날 수 있는 대화가 1~2시간이 걸려도 잘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다. 당시에는 소규모 조직 단위로 시작을 해, 지금은 점점 확장하고 있다.
-대상은 테크 조직군인가?
대상을 나누진 않고 있다. 제가 관리하고 있는 분들 기준으로 문화를 전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사람이 노력해서 이런 문화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사적으로 이런 문화가 퍼져 나가고 있다.
-효과가 있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4년 전에 어떤 직원이 의사소통하는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직원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가 잘 정착되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다.
사례를 더 말하자면, 제품을 만들면 엔지니어는 사용자에게 배포 전 검수한다. 이때 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으면 품질관리(QA)팀과 고통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기능이 작동이 안된다” “제가해보니 된다”는 단편적인 소통을 하거나 충분한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iOS에서 동작을 해봤더니 특정 상황에서 어떤 화면이 잘 안된다”라는 등 풍성한 내용으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의사소통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까지 잘 안됐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소통을 잘 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기존에 소통을 잘 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고, 결국 이런 생각의 벽을 깨는 게 중요하다. 다만 이런 것이 단기간에 바뀌진 않는다. 3~4년 같이 일했던 분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보면, 과거와 지금 많이 바뀐 것 같다.
-이밖에도 뱅크샐러드 테크 조직만의 특별한 문화가 있다면?
3개월 이상 제품을 만들다보면, 작은 문제에 집중해 목표를 잊고 다른 것에 몰입하는 경우가 있다. 결제 서비스 전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특정 버튼이 동작하지 않는 문제에 일주일 이상 매몰되는 등 큰 그림이나 이정표를 잊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중간중간에 이정표를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구체적으로, 제품 만드는 기간을 3개월로 잡으면, 단위를 1개월로 쪼갠다. 제품 개발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1, 2단계를 통과해야 3단계로 갈 수 있어서, 1단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구성원들에게 인식시킨다. 잠깐 옆길로 빠져있던 구성원에게 “우리가 하려던 것은 1단계로, 시간을 너무 쏟았다”는 것을 공유한다.
이밖에도, 뱅크샐러드는 제품을 만들고 나서 전체 사용자에게 배포하지 않는다. 처음에 10명부터 시작해, 20명, 30명, 50명, 전체 사용자 중 절반으로 늘려 사용자에게 제품을 배포한다. 우리는 사용자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제품을 만들었지만, 막상 그렇지 않을 때는 회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제품이 갑자기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은 사용자에게 안 좋은 경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체 배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AB테스트는 요즘 스타트업에서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진 않다. 엔지니어 면접 때 AB테스트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데, 지금까지 AB테스트를 한다는 엔지니어가 많지 않았다.
-의외다. AB테스트의 장점은 무엇인가?
실험을 많이 하면 감이 생긴다. 비슷한 맥락의 실험을 많이 할수록 사용자에게 해당 제품이나 기능이 잘 쓰일지에 대한 감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동시에 자신감이 붙을 수 있다.
-테크 조직 문화 중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팀별로 돌아가며 한 달에 한 번씩 티타임을 갖는다고?
그렇다. 일반적으로 일반 구성원들은 CTO와 단독으로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뱅샐에서는 구성원들이 본인의 성장을 위해서나 회사 혹은 기술적 궁금증을 CTO와의 티타임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평소 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할 수 있어 구성원들이 재미있어 한다.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뱅크샐러드는 구성원들이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유롭다. 이때 하나의 문제에 대해 방향성이다른 두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는데, 이때 둘 다 정답일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주장한 문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낙담하거나 프로젝트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구성원들이 내가 원하는 답이거나 제시한 답이 아니더라도 다같이 좋은 마음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방법이다. 누가 틀려서 이 답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상황과 시장의 상황상 최선으로 이 답을 선택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뱅크샐러드는 “하라면 해”라는 문화가 아니다. 무엇가를 해야 할 때 구성원들이 “왜 해야 하는지? 질문을 한다. 그리고 이것을 잘 설명했을 때 프로젝트의 결과가 좋았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도 팀의 목표는 무엇인지?
사용자들이 뱅크샐러드를 일기처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목표를 세우고 있다. 뱅크샐러드를 매일 이용하는 사용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사용자들이 있는데, 성향이 다른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어떻게 하면 뱅크샐러드를 자주 이용할 수 있는지 관점에서 고도화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