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내년 초 직무 성과 기반의 새로운 인사 제도인 '레벨제'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5년 전 임직원 반발에 무산된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 조차 해결하지 않은 채 재도입을 강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간별 임금 체계 등 세부 가이드라인조차 확정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5일 사내 타운홀 행사 'HR SHARE'에서 임직원들에게 레벨제 도입 계획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벨제는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직원의 역량을 평가해 레벨을 부여하고 보상 체계와 연동하는 제도다. 네이버는 올해 시범 운영을 진행,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레벨은 1~9까지, 총 아홉개 단계다. 일반 직원을 3~6레벨, 임원급을 7레벨, 리더급을 8~9레벨로 정했다. 하위 레벨인 1과 2에는 별도로 직원을 두지 않는다. 사실상 일곱 단계로 운영되는 셈이다.
리더급 아래 직원은 성과별로 '스테이지1' '스테이지2' 두단계로 나눈다. 레벨 3~5를 스테이지1 레벨 6~7을 스테이지2로 둔다. 스테이지1은 평균 고과에 해당하는 직원을, 스테이지2는 최근 2개년 성과가 우수한 직원이나 차기 리더급 인재를 앉힌다.
시범 운영 기간 각 직군별 역할이나 역량을 분석해 레벨을 책정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다음달 중 직군 내 리더를 통해 1차 레벨 분석을 거친 뒤 분기마다 세부적인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개인 면담도 함께 진행한다. 정해진 레벨은 내년 3월 중 직원들에게 통보될 예정이다.
구간별로 임금 변동이나 인사, 보상 등 구체적인 사항은 미정인 상태다.
다만, 연봉 협상과 레벨제를 별도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직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 직원은 "스테이지·레벨과 연봉이 연결이 되는지, 안되는지도 인사(HR) 팀에서 명확하게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책임만 커지고 임금은 되레 줄어드는 게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레벨 산정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는 연봉 협상을 위해서라도 초기에는 레벨은 낮게 받는 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번에 높은 레벨을 받아버리면, 추후 레벨을 올리기 어려워지니 임금 인상률도 자연히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면 성과 중심의 인사 제도가 도리어 직원들의 성장 동기를 해치게 된다.
앞서 네이버는 2020년 5단계 레벨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직원들 반발에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네이버 직원들은 조직 내 리더의 권한이 너무 높아진다는 점, 기술인력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해당 제도의 도입을 반대했다. 이때도 회사 측이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아 비판이 거셌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해 시범 운영을 해보고 내년에 정식 도입을 목표로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지난주 행사에서는 7단계의 레벨제 운영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레벨제와 연계된 인사·보상·직책 제도 세부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