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관세 폭탄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한 ‘유턴 기업’이 11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해외로 빠져 나가는 우리 기업이 수천 곳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과 인재 유치 전략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산업통상부가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턴 기업 수는 8월 말 기준 11개사였으며 이들 기업의 향후 투자 계획도 약 1조1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다. 이는 지난해 20개사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유턴 기업 수(13개사)보다도 적었다. 이 추세라면 올 한 해 유턴 기업 수는 2020년대 들어 처음으로 20개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올해 6월 말 기준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해외로 신규 진출한 법인 수가 2437개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유턴 기업은 200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이다.
해외와 비교해도 그 격차는 크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유턴 기업은 1844개사에 달했고 일본도 해마다 600~700개사가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내 유턴 기업 수는 최근 5년(2020~2024년)을 합쳐도 114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복귀를 택한 11개사의 향후 투자 계획은 8월 말 기준 1조 687억 원으로 작년 한 해 투자 계획(1조 4742억 원)의 72.5% 수준이었다.
기업들이 국내 복귀를 꺼린 것은 올해 상반기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부가 유턴 기업 선정 문턱을 낮추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턴 기업 지원 전략 2.0’을 발표했지만 그 정책 효과 역시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 모습이다. 실제로 당시 윤석열 정부는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유턴 기업에 유통업을 추가하기로 했지만 올해 1~8월 기준 국내로 복귀한 유통 기업은 없었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 기업이 6개사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 기업 2개사, 기계 업체 2개사, 화학 업체 1개사 등이었다.
문제는 남은 하반기 역시 국내 복귀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7월 말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상호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자동차·차 부품에 대한 품목관세는 여전히 25%인데다 철강·알루미늄 및 그 파생상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후속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몇 년 새 급등한 산업용 전기료와 인력난, 정부의 법인세 인상 계획 등도 국내 복귀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전략 산업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전략 산업 국내생산 촉진 세제, 일명 ’한국판 IRA’를 도입하고 보조금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혜민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지난달 말 대한상의와 한미협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들도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니 국내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국가전략기술 활용 제품에 대한 국내생산 촉진 세제 신설을 통해 국내 생산 기반 유지 및 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연간 수립되는 유턴 기업 지원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주요국의 자국 보호주의 확대 및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국내 산업 공동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생산을 장려하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마련하고 관련 정책지원도 꼼꼼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