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4일부터 초·중·고 525곳에서 9만40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2024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기간은 이날부터 나흘 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골라 시행한다. 검사 대상은 초4, 초6, 중2, 고1로, 서울 내 해당 학년 전체 학생(26만5449명)의 35.4%가 검사를 치른다.
검사는 문해력Ⅰ·Ⅱ, 수리력Ⅰ·Ⅱ의 4과목으로 구성되며, 초등학교 40분, 중학교 45분, 고등학교 50분씩 총 4교시에 걸쳐 진행된다. 일상생활과 학습 상황에서의 문해력과 수리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으로 구성되며, 교과융합형 문항이나 실제 생활에서 문제해결력을 측정하는 문항 등으로 출제된다.
결과는 12월 중 학생, 학부모 및 학교 업무 담당자에게 통보된다. 단 학교 홈페이지 업로드 등 외부 유출은 할 수 없다. 결과 보고서에는 문해력·수리력의 진단검사 점수와 수준, 하위 영역별 도달도 및 정답 문항 비율 등이 포함된다.
이 검사는 지난해 기초학력 맞춤 지원을 위해 도입됐는데, 올해는 지난해(210개 학교 4만5000여명)보다 검사 대상 학생이 2배 이상 늘었다. 신청은 자율로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진단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료를 개발하고 기초소양교육지원협의체를 운영한다. 또 전문가 양성 연수, 방과후학교 기초 문해력·수리력 프로그램 개설, 학습지원대상학생을 위한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 등도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교육계에선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중3, 고2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고2 국어 과목에서 ‘보통 학력 이상’을 획득한 학생은 2019년 77.5%에서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52.1%로 급락했다. 중3 역시 같은 기간 82.9%에서 61.2%로 떨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최근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의 비율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이 절반(48.2%)에 가까웠다. '31% 이상'이라는 답변도 19.5%나 됐다.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왜 욕하느냐'고 따져 묻거나, 두발 자유화 토론에서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는 학생들도 있었다는 웃지 못할 사례도 나왔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번에 시행되는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가 서울 학생의 기초소양을 진단하고 나아가 미래역량 함양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