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지난해 중순까지 불과 약 1년 만에 본부와 국립외교원의 개방형 직위 10개를 한꺼번에 모두 내부 임용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질적 순혈주의가 심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2023년 7월에서 2024년 8월 사이 고위공무원단(고공단) 4개, 과장급 6개 등 개방형 직위 10개를 내부 임용으로 전환했다. 개방형 직위는 민간 전문가에게도 임용 기회를 열어 공직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이에 따라 현재 외교부가 본부와 국립외교원의 개방형 직위는 고공단 2개(감사관·국립외교원 교수부장)와 과장급 2개(국제법규과장·외국어교육과장) 등 총 4개밖에 남지 않았다. 재외공관까지 포함하면 개방형 직위는 20개지만, 이 중 절반은 현지 문화원장 등이라 본부의 개방형 직위와는 성격에 차이가 있다.

전환 배경도 불분명하다. 개방형 직위를 내부 임용으로 바꾼 이유를 묻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 질의에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는 직무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과 타부처 또는 공직 외부의 경험이 요구되는 직위에 대해 개방형 직위를 지정해 운영 중"이라며 다소 논점과 거리가 있는 답만 내놨다.
게다가 외교부가 내부 임용으로 전환한 10개 직위 중 절반인 5개(부대변인, 기후변화대사, 유럽경제외교과장, 녹색환경외교과장, 지역경제기구과장 등)는 개방형으로 운영할 때도 한 번도 외부 인사를 채용하지 않고 외교부 인사만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늬만 개방형’으로 두고 사실상 내부 승진용으로 활용하다가 외부 적격자를 찾기 어렵다는 걸 명분으로 내부 임용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교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특채 파동 이후 인적 쇄신안을 발표하며 개방형 직위를 확대해 민간 우수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현 주미대사 내정자)을 임명하며 “엘리트들이 모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외무고시 중심의 폐쇄적 구조인 외교부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2013년부터 외교관 채용을 외무고시가 아닌 국립외교원 입학시험 성격의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조직 문화는 '고시 출신 외교관' 중심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처럼 외교부의 고질적 문제로 순혈주의가 여러 차례 지적됐는데도 개방직의 문을 크게 좁힌 건 외교부 특유의 폐쇄적 기조가 다시 드러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편 외교부의 인력 부족 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외교부 인원은 총 2883명(본부 935명, 외교원 106명, 재외공관 1490명, 주재관 352명)으로, 약 2만 7230명인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1만 3818명)는 물론 캐나다·영국(8000명대), 독일·일본·이탈리아(6000명대)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부가 유능한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불러와야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데 갈수록 문을 닫고 내부 승진용으로만 개방형 직위를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그마저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교부가 스스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개방형 직위를 본래 취지대로 운영해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