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마약류 통제배달 수사의 수사권과 적법성에 관한 단상

2025-09-15

(조세금융신문=이성일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 교수) 최근 정부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운영하는 방안을 확정시켰다. 이와 관련해 공소청이 기소권만 보유할지 아니면 보완수사권도 보유할지에 관한 논의가 치열하다.

그런데 과거 일선 검찰청의 강력부 등 마약수사부서에서 통제배달 수사를 해 본 경험이 있고, 로스쿨에서 형사소송법을 강의하는 필자는 검찰청이 폐지되면 현행 통제배달 수사를 어떤 기관이 담당할지 매우 궁금하다.

통제배달 수사란 통관절차를 통해 적발된 마약류를 검사가 반입요청해 이를 밀반입한 수하인을 검거하기 위해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과 검찰청이 공조하는 수사이다.

그런데 검찰청이 폐지되면 공소청은 직접 수사권이 없어 종전과 달리 통제배달 수사에 참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마약류 밀수는 중대범죄이니 중수청이 하면 되는 것일까?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에게 통제배달 수사영역에서 수사권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중수청과의 수사권 경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각 수사기관의 수사권이 중첩 내지 경합되는 경우에 어느 수사기관에서 이를 담당할지 결정하는 국가수사위원회 등 기관이 결정하면 그만일까?

쉽게 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첫째, 통관절차에서 적발되어 검사가 반입요청하는 밀반입 사건은 현실적으로 빈발하고 그 성격상 신속한 수사가 요구된다. 그런데 그때마다 중수청이 수사할지 아니면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이 할지를 결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둘째, 만약 통제배달 수사를 전적으로 중수청이 담당하면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은 상당 부분 그 존재의의를 상실한다. 또한 관세청이 통관절차에서 마약류를 적발했음에도 그 이후 수사에서 아예 배제시킨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중수청과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이 항상 공조수사를 하도록 하면 될까? 이 역시 어렵다.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이 지휘권이 없고 일반 사경에 불과한 중수청의 수사관과 공조수사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만약 이를 강제하더라도 수사기관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기는 경우에 조정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때마다 국가수사위원회가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 아예 경찰이나 해경에 통제배달 수사를 맡기는 방안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통제배달 수사는 종래 오랫동안 관세청과 검찰청이 공조수사한 영역으로서 경찰과 해경은 이에 관한 수사경험이 없어 수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검찰청이 폐지되면 그동안 검찰과 공조수사를 통해 다양한 통제배달 수사 경험을 축적한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이 이를 전담하게 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이 이를 전담하기 위해서는 종전에 공조수사를 했던 검찰청 마약수사관을 특별채용하는 등 수사인력을 대폭 강화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강제수사에 필요한 각종 영장의 신청 및 집행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과 관련 판례를 숙지해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한편,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을 조사하는 기법을 충분히 습득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결국 이러한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된다면 통제배달 수사를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이 전담하는 방안은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검찰청이 폐지되면 발생하는 이러한 어려운 문제는 어떤 제도에 기인해 발생하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통제배달 수사의 적법성에 관한 규정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4조는 세관장이 통관절차에서 마약류를 적발한 경우에 반입될 필요가 있다는 검사의 요청이 있을 때 비로소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바로 이 규정이 통제배달 수사의 적법성에 관한 실정법적 근거이다. 이에 근거해 종래 검찰청과 관세청의 마약 특사경이 공조수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검사가 ‘수사권’이 있는 것을 전제한다. 검사가 기소권밖에 없다면 통제배달 수사를 할지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여기서의 수사권은 ‘직접 수사권’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보완수사권은 일단 사경이 송치한 시점 이후에 발생하므로 검사가 보완수사권 밖에 없다면 세관장이 밀반입된 마약류를 적발한 단계에서 이를 반입하도록 요청할 권한을 인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 정부안대로라면 공소청 소속 검사는 직접 수사권이 없고, 중수청은 검사가 없게 된다. 결국 정부안대로 확정되면 위 규정을 반드시 개정해야 통제배달 수사의 적법성이 유지된다.

따라서 통관절차에서 적발된 마약류를 반입시켜 통제배달 수사를 진행할지를 결정할 기관을 관세청 소속 수사기관으로 정할지 아니면 관세청과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정할지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프로필] 이성일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 교수

• (현)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 교수

• 부산지검 강력부 등 23년 검사 재직

• 대검찰청 공인전문검사(조세)

•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세무학 석사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 박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