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한국과 미국 간 비자 협의가 비교적 순조로운 첫발을 내디디면서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일부 현안을 해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단기사용(B-1) 비자 및 전자여행허가(ESTA)의 적법성을 재확인한 데 대해 미국 현지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로선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졌지만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서 보듯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던 B-1 비자와 ESTA를 통한 기업 활동의 해석을 한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끈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감사하며, 금번 양국 간 합의한 바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운영 정상화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구금 사태로 현지 공장 건설을 사실상 멈춘 LG에너지솔루션은 근로자들의 재출국 여부를 포함한 세부 계획을 추석 연휴 직후 수립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 이후 비자 관련 가이드라인을 손볼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사내에 “ESTA를 활용한 미국 출장 때 1회 출장 시 최대 출장 일수는 2주 이내로 하고, 2주 초과 시 조직별 해외인사 담당자에게 문의해달라”고 공지한 바 있다.
업계는 전담데스크 설치 등 다양한 조치도 수반되는 만큼 미국 출장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다만, B-1 비자 소지자나 ESTA 입국자를 통해 우리 기업이 현지 공장 신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를 모두 진행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을 위한 별도의 비자 카테고리 신설 등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