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1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시장규제·감독 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하 시장감독총국)은 시높시스가 앤시스 지분을 인수하는 기업결합 건에 대한 반독점 심사 결과 시높시스에서 제출한 경쟁제한 해소 방안에 따라 제한조건을 추가해 승인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시장감독총국은 시높시스의 광학 솔루션 관련 사업을 분리하고, 앤시스의 공률손실 분석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도 분리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또 가격 및 서비스 관련 조항을 포함해 기존 고객과의 계약을 준수하고, 중국 고객의 기존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제품을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 중국 고객들에게 공급해야 하며, 중국 고객 요청에 따라 제품과 관련한 기존 상호운용성 계약을 계속 유지하고 갱신하라고 덧붙였다.
이번 승인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수출제한을 해제한 데 뒤이어 이뤄졌다.
지난 2일 미국 상무부는 세계 3대 EDA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인 시높시스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독일 지멘스 EDA에 중국 내 사업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허가 취득 요건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5월 말 이들 3사에 대중 수출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는 미중이 관세전쟁 와중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미국이 꺼내든 대응 조치의 하나였다. 이 조치의 영향으로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영국 런던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대미 수출을 늘리고 미국은 대중 기술 수출제한을 완화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중국 당국의 시높시스-앤시스 합병심사도 조건부 승인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시높시스는 반도체 칩 설계·분석에 사용되는 EDA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선도 기업이고, 앤시스는 시스템의 성능을 가상의 디지털 모델을 통해 검증하고 분석하는 시뮬레이션 및 분석 소프트웨어 분야 선도 업체다. 이번 기업결합의 거래 금액은 350억 달러(약 48조원)이다.
이번 합병 건은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한국과 유럽(EU), 영국, 미국, 일본 등 관련 주요국 경쟁 당국의 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