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이들은 왜 방귀에 열광할까
배설행위로 즐거움·자부심 느껴
사회적 규범 벗어난 해방감도
방귀로 언어·사회적 기술 학습
“뿡, 뽕, 뿌악, 피슝~~~”
“으하하 이게 무슨 소리야”
“너 방귀 소리 이상해~~”
23일 수원시 장안구의 화장실 문화 전시관 해우재. 체험관 중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방귀 소리가 나는 변기 의자다. 가스가 분출되는 속도와 항문의 조임에 따라 달라지는 방귀 소리를 의자별로 구분해 놨다. 다양한 방귀 소리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까르르까르르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여기서 누가 제일 많이 방귀 뀌어~~?”
“저요” “저요!” “제가 방귀대장 할래요”
올해 6살이 된 임주안군은 하루에 방귀를 10번 넘게 뀐다고 자랑했다. 주안이는 “어린이집에서도 뀌고 집에서도 뀌는데 애들이랑 같이 뀔 때가 더 재밌다”고 말했다. 친구와 전시관을 방문한 김유하(초1)양은 “요즘엔 하루 3~4번 뀌는데 어렸을 땐 더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우리 집에선 아빠가 방귀 대왕이고 그다음이 나, 엄마순”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방귀부터 응가, 오줌 등 지저분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실제로 어린이 동화책과 아이용 유튜브를 보면 배설과 관련된 소재가 많다. 아이들은 왜 이리 열광하는 것일까.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아이들이 배설 행위를 통해 자신의 몸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프로이트는 성장 과정에서 쾌감을 추구하는 신체 부위의 변화에 따라 발달단계를 구분했는데, ‘항문기’에 해당하는 1~3세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를 배출하는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해우재 관계자는 “방귀나 똥은 아이들이 스스로 처음 생산해내는 생산물”이라며 “배설 및 배변 훈련을 잘해야 만족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방귀를 좋아하는 데는 심리학적 이유가 있다. 방귀는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삼가야 할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신체 기능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 입장에선 부끄러울 수 있는 주제인 방귀를 솔직하게 다루는 콘텐츠가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EBS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는 무려 22년간 방영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방귀별에서 온 주인공 뿡뿡이는 방귀의 다양한 능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독창적인 캐릭터로, 어린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뿡뿡이는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통령’(뽀로로)의 원조 격인 셈이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뿡뿡이가 방귀를 사용해 의외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문제를 더욱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구조는 아이들에게 유머와 함께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뿡뿡이가 ‘소통령’이라는 애칭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4세 무렵부터 아이들은 신체에서 나는 소리에 관심을 가지는데, 이때 방귀는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로 자리 잡는다. 아이들은 방귀 같은 직접적이며 예측 가능한 패턴의 유머를 통해 언어적·사회적 기술을 학습한다. 방귀는 세상을 향한 천진난만한 소통방식 중 하나인 것이다.
이 교수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몸과 기능을 탐험하고 발견하는 과정에 호기심을 느끼고 이를 즐겨 반복하면서 신체 감각을 훈련하고 관습과 금기, 바람직한 행동과 삼가야 할 것 등을 익히게 된다”며 “방귀 같은 소재를 통해 사회적 규범과 언어적 표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 등을 탐구하고 실험한다”고 설명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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