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다시 돌아온 ‘불도저’ 트럼프… 韓 게임 업계에 끼칠 영향은

2025-01-22

'다양성' 기조 즉시 폐기... 근래 게임 아트로 영역 확보한 'K-게임' 경쟁력 오히려 하락할수도

급진적인 관세 정책 실행... 게이밍 디바이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우려

본인 '밈 코인' 발행할만큼 블록체인에 친화적... 관련 기술 활용한 게임 규제 느슨해질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도널트 트럼프가 미국 운여의 키를 다시 잡게 됐다. 취임 첫 날 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집권이 게임 산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 관심이 모인다.

‘K-게임’ 콘텐츠 수출에 있어 미국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게임의 주요 수출 국가는 중국(30.1%)이다. 북미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은 11.5%에 불과했으며 이는 일본(14.4%), 동남아(14.2%), 대만(12%) 등과 같은 지역보다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변화에 의한 미국 게임 시장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에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뉴주는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약 502억 달러(한화 약 71조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중으로 따지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나왔으나, 이는 한중일 게임 시장이 함께 집계된 결과다. 따라서 단일 국가로 산정했을 때 미국 게임 산업 시장의 규모가 가장 거대한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우리나라 게임 기업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넘어 콘솔과 PC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제작하면서 북미 시장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 이번 분기만 해도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정식 출시와 함께 크래프톤 ‘인조이’의 얼리 억세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미국 게임 시장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의해 산업에 미칠 직·간접적인 영향을 예측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전 게임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적 있으나, 이러한 요소로 인해 직접적인 규제를 실행하겠다고 공언한 바는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사안으로 인해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 간접적인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우선 트럼프는 취임과 함께 총 46건의 행정조치에 서명하면서 다양한 정책을 폐기하거나 변경하기로 했다. 여기에 ‘다양성’ 장려 정책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주관적 성정체성’을 부인하면서 남성·여성 두 개의 성별만 인정한다.

최근 ‘다양성’ 등과 같은 정치적 올바름은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토픽이다. 이들은 게임 내에서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많은 시도들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감정과 게임 타이틀 판매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직접적으로 규명하는 통계자료는 없으나,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라스트 오브 어스’ IP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너티독 스튜디오는 최근 ‘더 게임 어워즈 2024’를 통해 자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신규 게임인 ‘인터갤러틱: 더 헤러틱 프로펫’의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서 삭발한 여자 주인공과 으레 SF 콘텐츠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관습적인 이미지를 대비하면서 게임 안에 구현된 다양성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해외 유저들이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탓에 현재 너티독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돼 있는 해당 영상의 댓글창은 비활성화 돼 있는 상태다. 영상에 대한 12만6449의 반응 중 ‘싫어요’ 비율은 43%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형의 캐릭터를 앞세운 ‘K-게임’들이 일종의 ‘안티테제’로서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스텔라 블레이드’, ‘퍼스트 디센던트’, ‘인조이’ 등이 많은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게임 아트를 통해 경쟁력을 얻었으나, 다양성 정책이 폐기된다면 미국 게임 시장에서도 게이머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게임들이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게임 흥행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좁은 문’이 더욱 움츠러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관세 카드’를 통해 국제 정치 관계를 새로 정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는 25%, 중국에 대해서는 10% 관세를 추가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게이밍 디바이스의 급격한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러한 관세 정책으로 인한 테크 제품 가격 인상률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콘솔 기기 가격은 최대 58%, 랩톱 및 데스크톱 가격은 최대 68%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최근 콘솔 게이머들은 각종 가격 인상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캡콤에서 출시한 ‘드래곤즈 도그마2’는 국내에서 통상적인 ‘트리플A’ 게임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 가격이 책정돼 유저들이 반발했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를 발매하면서 소비자 가격을 699.99 달러(한화 약 93만원)로 설정했다. 게임 웹진 IGN은 해당 가격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약 5만여명의 독자중 해당 기기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응답한 비율은 73.6%에 달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밀어 붙인다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급격히 떨어트리면서 시장 규모의 축소가 축ㄱ소될 수 있다. 이는 서구권 공략에 열중하고 있는 게임사들에게는 악재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의 취임은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화폐와 관련해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최근 피격 사건 당시의 자기 모습을 본 뜬 ‘밈코인’인 ‘오피셜트럼프’를 발행했다. 아와 함께 가상자산 TF를 구성하는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안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과 접목한 게임을 허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례로 넥슨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서비스 금지 국가는 총 58개국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련 규제가 느슨해 진다면, 빛을 보지 못했던 블록체인 게임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게임 기업에서는 위메이드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위메이드는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레전드 오브 이미르’에도 최상위 등급 아이템을 NFI(Non-Fungible Item)로 제작하는 등,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인게임 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가 쉽게 예측하기 힘들 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취임이 게임 산업에 끼칠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이럴 때 일수록 게임의 만듦새에 집중해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퀄리티의 상품을 내 놓아야 할 것”이라 밝혔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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