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들이 초프리미엄 ‘큰손’ 전쟁에 돌입했다. 불황 속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고액 소비층의 충성도가 매출을 좌우하자 백화점 업계가 최상위 VIP 등급 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인원수를 제한하며 초프리미엄 고객 확보 경쟁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VIP 매출 비중이 이미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고 최상위 등급 고객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백화점들은 등급 기준을 높이거나 신규 등급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희소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6년 VIP 프로그램에 최상위 신규 등급을 신설하고 적립 금액 최상위 고객을 묶어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최고등급 ‘자스민 블랙’의 기준금액이 연 1억 5000만원인 만큼 이 금액 이상 소비 고객이 새 등급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자스민 블루(1억 원 이상)’, ‘자스민(6500만 원 이상)’ 등급도 유지하면서 초고액 고객층을 별도로 관리하는 전략에 나선다.
롯데백화점도 2026년 VIP 제도를 개편해 기존 최상위 등급 ‘에비뉴엘 블랙’을 ‘777명 한정’으로 재편했다. 한 단계 아래 등급인 ‘에비뉴엘 에메랄드’는 기존 연 1억 원에서 1억 2000만 원 이상으로 기준을 높였고 8000만 원 이상 고객을 위한 ‘에비뉴엘 사파이어’도 새로 만들었다. 롯데는 최상위 고객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에비뉴엘 포인트’, 리뉴얼된 PSR(퍼스널 쇼핑 라운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권적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대규모 개편 이후 2026년 등급 구조를 유지한다. ‘트리니티(최상위 999명)’, ‘블랙 다이아몬드(1억 2000만 원 이상)’, ‘다이아몬드(7000만 원 이상)’, ‘플래티넘(5000만 원 이상)’ 등 기존 7개 등급을 유지하되 1000만 원 이상 등급인 ‘블랙’의 명칭을 ‘에메랄드’로 변경한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올해 1~10월 VIP 매출 비중이 52%를 기록했고 누적 매출 3조원을 이미 돌파했다. 신규 VIP 유입이 특히 늘어 엔트리 등급인 ‘레드(500만원 이상)’ 고객이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초고액 고객 관리에 보다 집중한다. 최상위 등급 ‘PSR 블랙’은 상위 0.1%만 해당하며, ‘PSR 화이트(1억 2000만 원 이상)’, ‘파크제이드 블랙(7000만 원 이상)’, ‘파크제이드 화이트(5000만 원 이상)’ 등 고액 등급을 유지한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경우 상위 10% 고객이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VIP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갤러리아는 초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다이닝 초청 행사 등 새로운 VVIP 운영 방식을 검토 중이다.
백화점 업계는 VIP 등급 세분화와 문턱 상향이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따른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각 등급별 고객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하면 개인화된 큐레이션과 맞춤 판촉이 가능해지고, ‘999명’, ‘777명’, ‘0.1%’ 같은 희소성 전략은 초고액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VIP 등급 상향 배경에 리셀러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리셀러가 백화점 실적을 거래하면서 과도한 실적 부풀리기가 발생해 일반 고객의 VIP 진입 문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는 이 같은 실적 판매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액을 높이고 등급을 더 촘촘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지점에서 VIP의 매출 비중과 신규 유입이 확대되는 추세로 충성도 높은 우수고객 확보가 백화점 경쟁력이 되고 있다"면서 "구매력도 높아지면서 기준 금액 상향 조정에 따른 세분화로 프리미엄을 넘어선 초프리미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