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HMM, 인수 효과 극대화·민영화 해법 주목
글로벌 운임 변동·비용 증가 속 경영 수완 시험대 올라

최원혁 전 LX판토스 대표가 HMM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그의 경영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운임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SK해운 인수 마무리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민영화 전략 마련 등 복합적인 과제가 최 신임 대표 앞에 놓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원혁 대표 내정자를 HMM 신임 대표로, 이정엽 전무를 부사장으로 상정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최 신임 대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SK해운 인수의 성공적 마무리와 통합 전략 마련이다. HMM은 최근 SK해운의 일부 사업부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해운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와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현재 실사를 진행 중으로 4월 중 최종 계약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인수 대상은 원유 운반선(탱커)과 액화석유가스(LPG)선, 벌크선 등이며 LNG 운반선 사업부는 제외됐다. 이는 HMM이 2014년 현대상선 시절 LNG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체결한 겸업 금지 조항이 2029년까지 유효하기 때문이다.
현재 SK해운은 원유선 22척과 LPG선 14척, 벌크선 10척 등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1조8865억원, 영업이익은 3671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금액은 약 2조원대로 예상되며 HMM은 14조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과 10조원 수준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비용 증가가 HMM의 가치 증대로 이어질 지가 관건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HMM은 SK해운 인수 후 순현금이 4조2000억~4조7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며 “올해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운임 변동성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HMM 입장에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실현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HMM의 매출 구조는 컨테이너선 사업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HMM의 전체 매출 중 87%가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했고 영업이익에서는 96%를 차지했다. 문제는 컨테이너선 사업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운임 변동에 취약하다는 점에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전주 대비 78.99포인트 하락한 1436.30을 기록하며 두 달 새 1000포인트 넘게 빠졌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따른 교역량 감소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이에 HMM은 SK해운 인수를 통해 벌크선·탱커선·LPG선 등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벌크선은 원자재 등 필수 물류 수송을 담당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다. 인수 이후 수익 구조가 다각화되면 운임 변동에 따른 실적 불안정성이 완화될 수 있다.

최 신임 대표가 새로운 수장으로 오면서 LX그룹의 HMM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LX그룹은 작년 하림, 동원 등과 함께 HMM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이번에 LX그룹 출신이자 물류 전문가인 최 신임 대표가 새 수장으로 낙점되면서 LX그룹이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인수 이후 몸집이 커진 HMM의 매각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HMM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 두 기관의 합산 지분율은 67%에 달한다. 여기에 내달 정부가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정부 보유 지분은 70%를 넘어서게 된다.
현재 시가총액(약 9조원) 기준으로 HMM의 70% 지분 가치는 약 13조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는 20조원에 이를 수 있다. 국내에서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매각 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HMM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해 매각 구조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매력적인 인수 조건을 만들기 위한 최 신임 대표의 전략적 판단도 요구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대외적 기회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에 대해 선박당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MM은 현재 보유한 중국산 선박이 4척에 불과해 미국의 견제 강화가 오히려 반사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 신임 대표의 전략적 판단과 실행력이 HMM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HMM의 몸집이 커진 만큼 인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통합 과정에서의 비용 증가 최소화와 민영화 전략까지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