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117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분쟁으로 상담을 요청한 사례도 4년 전보다 약 10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한류의 확산 속에 제자리걸음 수준인 피해 상담 및 구제 체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흥원이 운영하는 메디컬코리아지원센터에 접수된 외국인 상담 건수가 2020년 1만2313건에서 지난해 5만1012건으로 급증했다. 메디컬코리아지원센터는 한국 의료를 이용하는 외국인 환자에게 의료기관 정보, 통역, 피해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구로, 서울·인천에 2곳이 운영 중이다.
센터에 접수된 상담 중 의료 불만·분쟁 관련 상담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2020년 관련 상담이 22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14건으로 4년 사이 9.7배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65건이 접수돼 연말이면 지난해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불법 브로커 관련 상담이 2020년 13건에서 지난해 67건으로 5.2배로 증가했다. 유치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외국인 환자를 유치·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인데, 미등록 상태로 환자를 알선하고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행위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 상담에 대응하는 인력은 수년째 계약직 직원 6명이 전부다. 진흥원 관계자는 “상담 인력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인력 증원을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의료분쟁 상담 외국인도 역대 최대…성형외과·치과 1위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로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이를 고려하는 외국인도 증가세다. 서 의원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재원에 접수된 외국인 환자 상담은 2020년 113건에서 지난해 133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152건을 기록해 이미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올해 접수된 상담을 진료과목별로 보면 성형외과와 치과가 각각 13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산부인과(6건), 내과·안과·정형외과(각 4건), 피부과·응급의학과(각 2건) 순이었다.

특히 외국인 환자가 많이 이용하는 미용성형 분야에선 사망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1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20대 중국인 여성이 사망했다.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은 자국민에게 “미용성형을 위해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일부는 의료분쟁에 휘말리거나 수술 실패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2020년엔 홍콩의 재벌 3세 여성이 성형수술을 받다 숨지는 일도 있었다.
한국 의료의 신뢰도를 지키려면 외국인 환자의 사후관리와 피해 구제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미화 의원은 “K-의료의 세계화는 외국인 환자들의 의료관광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외국인 환자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