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날개’ 단 클라우드… 美빅테크 공세 속 토종업체 반격

2025-02-16

필수 인프라… 경쟁력 강화 주력

美 빅테크들 세계 시장 독식

AI 모델 개발·데이터 연산 필수 플랫폼

정부 ‘K클라우드 실증 프로젝트’ 추진

MS·구글 등 국내 민간시장 80% 장악

공공 클라우드도 공습 임박… 경쟁 심화

토종 CSP, 기술 강화 등 박차

네이버, 금융·제조·헬스 특화 모델 개발

KT는 기술본부 신설… 전문가들 영입

NHN, 공공사업 수주… 금융시장 확장

삼성·LG 등도 관리 서비스 역량 강화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가적으로 클라우드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빅테크(거대기술기업) 3사가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정부·공공기관이 고객인 공공 부문은 국내 업체가 주도하지만, 올해 해외 빅테크의 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AI 기반 서비스를 늘리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초고속·저전력 AI반도체를 개발해 데이터센터에서 실증하고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클라우드, AI 시대 필수 인프라

AI 모델 개발·훈련과 서비스를 위해서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클라우드가 AI시대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이유다. 점점 거대·복잡해지는 정보기술(IT) 환경도 각 기업이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옮겨가도록 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서버, 소프트웨어(SW) 등 IT 자원을 직접 구축·운영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만큼 이용하는 서비스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최근 발표한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클라우드 업계 매출은 7조3900억원으로 전년보다 26.6% 증가했다. 2021∼2022년 매출액 증가율 18.6%보다 8%포인트 늘었다.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기업 수도 전년 대비 18.3% 많아졌다. 이 조사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 2389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내 대표 클라우스 서비스 제공자(CSP)의 지난해 매출도 호조를 보였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지난해 매출은 5637억원으로 전년(4472억원)보다 1165억원 증가했다. KT클라우드 역시 7832억원으로 전년(6783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늘었다.

◆공공 클라우드 공략하는 빅테크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시장은 미국 빅테크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자국 클라우드를 키우려 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을 빅테크에 내준 상황에서 올해는 공공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공공 시장의 문턱을 넘어섰다.

구글은 이달 한국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제(CSAP) ‘하’ 등급을 취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MS가 ‘하’ 등급을 받았으며, AWS 역시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CSAP는 국내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할 때 꼭 필요한 인증이다. 정부는 2023년 CSAP 인증 등급제를 도입하며 정보 중요도가 낮은 하위 등급에 대해서는 해외 사업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MS·구글이 공공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돼 국내 업체의 부담이 커졌다. 현재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NHN클라우드 3사의 점유율은 80%가량이다.

게다가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CSAP가 비관세 장벽으로 언급될 가능성도 불거졌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CSAP에 대해 외국 기업의 진출을 어렵게 하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추진할 제4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을 지난해 10월 발표하면서 교육·국방·금융 등에 AI와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활용이 부족하다고 보고, 정부 시스템을 만들 때 기존의 시스템 구축(SI) 방식 대신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이 외에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구축하고, 국산 AI 반도체를 개발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고도화·첨단화하는 K-클라우드 실증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4차 기본계획을 통해 공공의 클라우드 계약 규모가 지난해 9월 기준 5000억원에서 2027년 누적 1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도 2022년 연매출 5조원대에서 2027년 1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기준 최고선도국보다 1.1년 늦은 기술경쟁력도 2027년 0.6년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네이버 등 CSP 3사 기술 강화

AI 발전, 빅테크의 공략 속에서 국내 CSP들은 AI 결합 서비스, 데이터센터 최적화, 보안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고유의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데이터센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 회사는 네이버의 AI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고객이 자사에 맞는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간 금융, 제조,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손잡고 원전 운영에 특화된 AI 플랫폼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를 구축하기로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뉴로클라우드는 도입 계약을 완료해 올해 상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과는 금융 환경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LM)을 구축형으로 제공했다.

세계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9월 팀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아랍어에 기반한 LLM 개발은 물론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로봇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하기로 했다.

KT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중심 회사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해 기술본부를 신설했고,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지난달에는 기술력 강화를 위해 미국 클라우드 운영·관리 서비스(MSP) 기업인 랙스페이스와 기술 협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유연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통합 서비스형 인프라(laaS)를 개발할 예정이다.

NHN클라우드는 오픈스택(클라우드 컴퓨팅 오픈소스 프로젝트) 기술 기반의 서비스로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꼽는다. 애플리케이션(앱) 보호·메시징 등 NHN 그룹사의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NHN클라우드는 올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앞서 이 회사는 대구 민관 협력형 클라우드 센터(PPP) 사업에서 전체의 60% 이상을 수주했다. 신한투자증권, 신한EZ손보 등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 사례를 원동력으로 금융권 맞춤형 시장도 공략한다. NHN클라우드는 “금융 분야의 높은 규제와 보안 요구를 충족하며 클라우드 기반 전환 사례를 성공적으로 수행, 금융 클라우드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LG 등 MSP도 경쟁력 강화

국내 MSP 기업도 올해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SDS는 기업의 클라우드 전환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강점으로 앞세운다.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을 기반으로 한 CSP, 30년 이상 쌓인 기술력·경험에 바탕한 클라우드 운영·관리 서비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종합 제공해 기업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서울 상암, 경기 수원·동탄, 강원 춘천, 경북 구미 5곳에 데이터센터도 운영 중이다. 미국 뉴저지·새너제이,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라질 상파울루 등 세계 주요 거점 8곳에도 SCP 리전(복수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을 확보했다.

생성형 AI 서비스도 제공한다. 메일, 메신저, 영상 회의 등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브리티 코파일럿’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금융·제조·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서 18만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삼성SDS는 올해 CES 2025에서 3개 이상 언어를 한 회의에서 동시 인식해 통·번역하는 ‘언어 장벽 없는 회의 서비스’를 공개했다.

사내 업무 시스템과 LLM을 연결하는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도 국내외 70여개 기업에서 10만명이 이용 중이다.

LG CNS는 국내 톱 게임사, 국내외 물류사 등 다양한 기업의 IT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며 MSP 사업 역량을 확보해 왔다. 클라우드 기반의 AM(애플리케이션 현대화)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AM은 기존 방식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최신 기술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5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AM 워크숍 ‘이노베이션 x 액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구글 클라우드 파트너 어워즈 2024’에서는 한국의 ‘서비스 파트너’로 2년 연속 선정됐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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