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이 배터리나 광물 관련 기술에 빗장을 걸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관계자와 중국 정부 공지 등을 토대로 중국 당국이 최근 몇 달간 자국 첨단 기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중국 당국은 이를 위해 기술자 파견이나 장비 이전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핵심 배터리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수출 통제를 제안하고 중요 광물 처리기술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리튬 추출 및 첨단 배터리 소재 제조에 관련된 기술 수출 제한을 제안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해당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이 규제가 완전히 도입되면 유럽 등에 공장을 둔 중국의 배터리 대기업들이 전체 공급망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과 같은 기업의 경우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와 같은 배터리 소재를 현지에서 생산·구매하는 대신 중국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특히 LFP 배터리로 다각화를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LFP 배터리는 기존 이차전지의 부식과 폭발을 막고자 쓰이던 코발트 대신 철과 인을 사용한 배터리로 안정성이 높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으나 최근 이런 단점도 상당 부분 개선되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LFP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조사 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LFP 양극활물질의 99%를 생산했다.
주로 NCM 배터리에 집중하던 한국은 LFP 배터리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최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중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LFP 양극재를 구매하고 있다.
FT는 중국의 '텃밭'인 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한국 업체들이 "중국 당국의 새로운 규제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의 한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 상무부에 이와 관련한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고 FT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지침에 우리의 우려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규제는 배터리 소재뿐만 아니라 기술 측면에서도 한국의 접근을 제한할 전망이다.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 CRU의 샘 애드햄 배터리연구 책임자는 "한국 기업들은 첨단 중국 기술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수출 규제로) 지난해의 기술, 즉 현재 (전기차에 탑재돼) 도로를 달리고 있는 (배터리의) 기술에만 접근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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