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중국 부동산 시장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침체로 수익률이 악화한 데다 최근 파나마 운하 인수 건으로 중국 당국과 갈등을 빚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블랙록은 상하이 푸투오구에 위치한 27층짜리 오피스 빌딩 ‘트리니티 플레이스’를 9억 위안(약 1816억 원)에 매각할 방침이다. 2017년 매입가에서 34%나 떨어진 가격이다.
블랙록은 이미 상하이 워터프론트 플레이스의 오피스 타워 두 곳을 담보 대출 불이행으로 몰수 당한 뒤, 해당 자산을 부실채권 전문업체에 4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처분했다.
블랙록이 잇따라 헐값에 중국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은 경기 침체, 공실률 급등, 임대료 하락 등으로 수익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지난해 12월 자사 아시아 부동산 펀드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을 제외했다. 여기에 최근 블랙록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홍콩 CK허치슨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포함한 글로벌 항만 자산 인수를 추진하면서 중국 당국과 마찰을 빚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의 주도로 이 같은 거래가 추진되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마 운하를 미중 관세 전쟁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 했던 시도가 막혔기 때문이다. 당국 차원에서도 해당 거래가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세 차례나 불만을 표출했다.
외국계 자본의 중국 부동산 탈출은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은 이미 20%를 넘겼으며 올해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JLL은 이날 중국의 오피스 임대료가 올해 10%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