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앞둔 여성BJ 납치했다…‘청테이프 그놈’ 소름돋는 정체

2025-10-19

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봄 저녁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모처럼 긴장의 끈을 놓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일요일 저녁이었다.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당직 중이던 강력팀장이었다.

“이상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방송을 앞둔 여성 BJ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경찰서에 간다고 울면서 말했다고 하는데… 말투가 심상치 않습니다.”

흔한 해프닝이거나 단순한 오해이길 바랐다. 하지만 형사의 감(感)은 고집스러울 만큼 정확했다. 심장은 이미 불안의 박동을 울리고 있었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불안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다급한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미용실 원장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떨림에는 단순한 목격이 아닌, 살아 있는 공포와 절망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나서연(가명), 스물 세 살.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BJ였다.

손목과 발목에는 청테이프 자국이 깊게 남아 있었고, 피와 멍이 뒤섞인 얼굴은 아직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눈빛만은 분명히 ‘살려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건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간절한 구조 신호였다.

붉은 흔적과 하얀 얼굴

우리는 서연양을 곧장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치명적인 외상은 아니라는 소견이었고, 응급처치만으로 당일 저녁 조사에 응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강력팀 사무실에서 다시 마주한 그녀의 얼굴엔 푸른 멍이 번져 있었고,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밀폐된 차량에 갇혀 있던 기억은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서연양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독립된 진술녹화실 대신 비교적 개방되고 편안한 사무실 공간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깊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는 비로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방송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한 남자가 DM(Direct Message)을 보내왔다. 방송 노하우와 후원 방법을 도와주겠다면서 이런 저런 팁을 메시지로 보냈다. 그의 ‘도움’이 효과적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녀의 인기는 몇 달 만에 급상승했다.

수익이 늘자 그는 수익금의 1%를 수수료로 요구하며 온라인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다. 여전히 만난 적도 없고,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였다.

사건 당일 오후 6시30분쯤. 남자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회사 대표와 서연양에게 줄 선물이 있으니 잠깐 앞으로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의심 없이 골목으로 나간 서연양은 승합차 옆에 서 있던 그 남자를 처음으로 보았다.

그는 친근한 말투로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그는 승합차 뒷좌석에 펼쳐 놓은 티셔츠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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