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인생] 거침없는 연기 열정…“지역 명소 알릴 뮤지컬 만들 것”

2025-01-21

“오∼케이!”

무엇이든 똑 부러지게 해낼 것 같은 한마디. 배우 박해미씨(60)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선보인 유행어다. 작품 속에서처럼 열정적인 에너지로 연기는 물론 뮤지컬 제작과 충남 홍보대사까지 척척 해내는 그를 경기 구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씨는 1964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성악과 3학년생이던 1984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막달라 마리아 역을 맡아 데뷔했다.

“뮤지컬 배우를 구체적으로 꿈꿨던 적은 없었어요. 우연히 오디션을 봤고 무대에 올랐죠.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저에겐 정말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이후 여러 뮤지컬에 출연해온 그에게 운명적인 작품이 찾아온다. 2004년 ‘맘마미아!’ 한국 초연에서 주인공 도나 역을 맡은 것.

“그때까지 20년 동안 여자 배우라서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어요. 그런 걸 참지 않아 트러블 메이커라고 소문이 났죠. 큰 배역을 맡을 수도 없었습니다. ‘맘마미아!’ 캐스팅은 영국 연출가가 오디션을 주관해 가능한 일이었어요.”

연습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주연이라 대사량이 엄청났고, 집에선 두살배기 아들까지 돌봐야 했다. 제작사와 갈등이 생기며 언더스터디(배우가 갑자기 대체될 때를 대비해 연습해놓는 사람)가 주인공 역을 두고 박씨와 경쟁 중이라는 기사까지 나갔다. 박씨는 자존심이 상해 연습실을 뛰쳐나갔다. 영국인 연출가가 붙잡은 덕에 그는 결국 무대에 올랐다.

드디어 첫 공연 날. 박씨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객석에선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출가는 “내가 오디션에서 본 게 바로 이것이었다”며 환호했다. ‘맘마미아!’는 3개월 동안 관객 2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06년 박씨는 두번째 인생작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만난다. 3대가 모여 사는 집 며느리가 돼 보여준 시원한 성격은 그의 실제 모습과도 똑 닮아 있다.

“작가님이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제 친구를 대하는 걸 보고 캐스팅했대요. ‘오∼케이!’라는 유행어도 평소 자주 쓰는 말이죠. 19년 전 작품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걸 보면 참 뿌듯합니다. 저도 종종 찾아보곤 해요.”

요즘 박씨는 뮤지컬 ‘블루 블라인드’ 제작에 여념이 없다. ‘심청전’을 그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주체적인 성격에 수영도 잘하는 심청이가 주인공. 판소리부터 힙합·록까지 다채로운 음악이 등장한다. 2023년 한국 초연을 마쳤고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현지 배우들이 참여한 쇼케이스(공개행사)를 진행했다. 올 11월엔 오프브로드웨이(뉴욕 맨해튼의 여러 소극장)에서 본격적인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쇼케이스에서 관객과 관계자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언젠가 브로드웨이 한복판에서 공연할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효·한복·판소리 같은 한국적인 것을 세계인에게 선보이려고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박씨가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다. 고향을 위한 일이다. 그는 ‘2025∼2026 충남 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엔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제작된 KBS 여행프로그램 ‘여긴 어디?’에 출연해 아산·예산·당진 등 충남 6개 시·군의 매력을 소개했다. 재능을 살려 충남 명소를 홍보하는 뮤지컬도 제작해보려고 한다. 부모님과 다섯 자매가 한집에 살며 행복한 시절을 보낸 충남, 그곳을 알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그는 말한다.

박씨는 지난해 아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 뮤지컬 아카데미’ 교장직도 맡았다. 대도시보다 뮤지컬을 배우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그의 특강은 선물 같은 시간이다.

“지난달 첫 공연을 올렸어요. 1년도 안 돼 발전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정도더군요. 올해는 다른 일정 때문에 교장직을 내려놓으려 했는데 학생들의 눈망울을 보니 그럴 수 없었어요. 앞으로도 고향을 위해 제가 가진 걸 아낌없이 써보려 합니다.”

구리=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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