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가려니 문 닫았네”···그 많던 PC방은 어디로 갔나

2025-01-27

1년 새 약 600개 폐업

코로나 직격탄, 부대비용 늘고 신작 게임 없어

모바일 게임과 게임 방송 보는 흐름도 영향

“어릴 때는 PC방이 300m 골목에 두 세 개씩 있었거든요. 언제부턴가 하나씩 사라지더니 이제는 다른 동네로 원정 가야 할 처지네요.”

직장인 A씨(29)는 설 연휴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PC방에 가려다 계획을 접었다. 학창 시절 단골이었던 PC방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앱 지도를 살펴봤지만 동네 주변에 다른 PC방이 나오지 않았다. A씨는 “PC방 한 번 가려면 지하철 타고 가야겠더라”면서 “PC방도 이제는 프랜차이즈형으로 하는 곳만 남고, 중소가게들은 다 밀려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때 청소년들의 아지트 역할을 했던 PC방이 사라지고 있다.

국세청 통계포털(TASIS)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PC방은 7280개로 1년 전(7858개)보다 7.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약 600개 PC방이 문을 닫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기 전인 2019년 10월(1만208개)과 비교하면 약 23% 급감했다. 서울 송파구에선 5년 새 112개에서 64개로 절반 가량 줄었고, 강남구에서도 108개에서 58개로 거의 반 토막이 됐다.

PC방이 줄어든 것은 인건비·전기료 등 부대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PC방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부대비용 증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PC방 운영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게임 산업 부가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1년 전보다 PC게임 운영 관련 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운영 비용은 올랐지만 PC방 요금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게임 산업 부가조사’에서 PC방 요금은 2022년 기준 시간당 1155.8원(회원 가격)으로 집계됐다. 비회원의 경우 1335.2원으로 회원보다 200원 정도 비쌌다. 2000년대 후반에도 시간당요금이 1000원 수준이었고 그 사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PC방 이용요금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은 셈이다.

주 2~3회 PC방을 찾는다는 강모씨(29)는 “PC방 요금은 1000원이 ‘국룰’(불문율)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비싸면 안 가게 된다”고 했다.

눈에 띄는 신작 게임이 없다는 점도 쇠퇴 원인으로 꼽힌다. 게임지수 집계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게임 점유율은 리그오브레전드(롤)가 37.0%로 1위를 차지했다. 338주째, 무려 6년 반 동안 1위다. 2위인 발로란트는 8.0%로 격차가 크다. 10순위 내 게임을 보면 FC온라인(피파온라인),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스타크래프트 등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이 대부분이다.

20대 직장인 B씨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PC방에 가서 하는 게임은 롤밖에 없다. 요즘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게임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도 PC방을 덜 찾게 된 이유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게임 시장 분야별 비중은 모바일게임(58.9%)이 가장 많았고 PC게임(26.1%)은 모바일 게임의 절반 수준이었다. PC방에 모여서 게임을 하기보다 휴대폰으로 혼자 게임을 하거나 게임 유튜브 방송을 보는 경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PC방 운영자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함박스테이크·돈까스·스파게티 등 PC방에서 판매하는 음식 메뉴를 다양화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그 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를 보면 2022년 PC방의 매출 구성은 요금매출이 75.2%, 식음료 매출이 24.4%였다. 전체 매출의 4분의 1은 음식 판매에서 나오는 셈이다. 1~4인실로 장소를 나누는 등 고급화를 꾀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요즘은 집에 게임용 고성능 PC를 두는 경우도 많아 PC방에 갈 필요성을 덜 느낄 것”이라며 “‘쾌적한 게임환경’ 외에 색다른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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