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30% 낮춘 '마이구미 제로' 내놔
대체 감미료 사용해 원가 절감에 도움
원재료 당류 가격 2년새 40% 치솟아
매출원가 부담 커지자 비용 효율화 나서
재고 줄이고 공장 가동률 높여 이익률 ↑
"기존 마이구미 대비 원가율 낮지 않아"
오리온이 식품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뒤늦게 '제로' 대열에 합류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제로' 트렌드 열풍이 식지 않은 데다,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를 사용해 장기적으로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어 '제로'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인 수크랄로스를 사용한 '마이구미 제로' 제품을 내놨다. 제로 트렌드 열풍에 따라 1년여 전부터 제로 라인업을 준비했다. 오리온이 '저당', '제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해 12월 '오!그래놀라 저당 통보리'를 선보인 지 한 달 만에 마이구미 제로 제품을 내놨다. 오리온은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향후 파이, 비스킷, 음료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건강과 맛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제로' 제품들을 선보여 나갈 계획이다.
식품업계에서 '제로' 대열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롯데웰푸드다. 롯데웰푸드는 2016년 '제로'라는 브랜드를 선보였고, 이후 롯데칠성음료, 빙그레, 하이트진로 등 빙과와 주류·음료업계에서도 설탕을 뺀 '제로' 제품을 내놨다.
오리온이 제로슈거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부상하며 칼로리 부담이 적은 제로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구미 제로'는 무설탕 제품으로, 시중 젤리류 대비 칼로리를 30% 낮춰 부담을 줄였다.
'제로' 제품은 장기적으로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해마다 가격이 오르는 설탕을 합성 감미료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마이구미 제로'에 사용하는 합성 감미료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 강한 단맛을 가지고 있다. 설탕보다 고가이지만, 단맛이 강해 설탕 정량의 600분의 1만 넣어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
오리온이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원재료 중 당류(설탕) kg당 가격은 2021년 816원에서 2023년 1,144원으로 40% 올랐다. 2019년(740원)과 비교하면 55% 가량 오른 것이다. '원재료 등의 사용액'도 2021년 9,037억원에서 2023년 1조1,815억원으로 23.5% 늘었다. 2023년 매출원가가 1조7,849억원임을 고려하면, 매출 비용의 66% 이상을 원재료 구매에 썼다는 얘기다. 매출원가 대비 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50%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2022년 60%대를 넘어섰다.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매출을 창출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출원가 부담이 커지자 오리온은 여러 측면에서 비용 효율화를 꾀해 왔다. 오리온은 포장 재료비 등을 아껴 생산비 인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한 것이다. 2014년부터 '착한 포장 프로젝트' 등 새로운 설비 투자와 기술로 포장비 등 생산비를 최대한 줄이는 공정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오징어땅콩 등의 포장재 비닐 사용량을 최대 20% 가량 줄인 것이다. 이 외에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해 재고는 줄이고, 공장 가동률은 높였다. 그 결과 2021년 상반기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이 16.8%를 기록할 정도로 실적이 개선됐고, 이는 당시 가격을 동결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원가 상승 압박을 관리하기 위해 원재료 수입처도 늘렸다. 특히 코코아 원료는 기존의 프랑스산에 더해 2022년부터 말레이시아산을 추가해 공급망을 확장했다. 원재료의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국가나 공급처에 의존하는 대신 여러 국가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여러가지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16%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맛을 내는 데 원가를 절감하진 않는다. '마이구미 제로'는 기존 제품 대비 원가율이 높다. 기존 원료와 배합비를 변경하고, 풍부한 과일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자체 향료를 개발하는 등 30년 넘게 쌓아온 오리온만의 젤리 개발 기술력을 집약해 '마이구미 제로'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