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025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KT 출신 유격수 심우준과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했다. ‘심우준 영입’은 기존 유격수들의 입지에 영향을 줬다. 당장 내부 FA였던 하주석은 한화의 외면 속에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다가 결국 1년 총액 1억1000만원에 잔류했다. 지난해 유격수로 가장 많이 출장한 이도윤(29)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최근 대전에서 만난 이도윤은 현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봤다. 그는 “구단이 취약 포지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영입을 한 것”이라며 “내가 못했으니까 이렇게 됐다. 더 잘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2015년 한화에 입단한 이도윤은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주전으로 시즌을 시작한 적이 없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던 지난 시즌도 하주석에게 밀려 백업으로 출발했다. 이도윤은 “백업으로 시즌을 치른 시즌도 몇 번 없다”며 “경쟁 구도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서서히 1군에서 자리를 잡은 이도윤은 지난해 134경기 타율 0.277을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이 0.330으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주로 유격수로 뛰면서 2루와 3루도 커버했다. 지난 시즌 수비에서 아쉬움을 느낀 이도윤은 “안 해도 될 실수를 많이 했다. 자신한테 화도 많이 났다”고 돌아봤다.
한화는 22일 호주 멜버른으로 떠나 1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주전 라인업은 1·2차 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주전 경쟁에도 우선순위는 있다. 직전 시즌 좋은 활약을 했거나 구단이 거액들 들여 영입한 선수들이 먼저 뼈대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당사자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기회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뒤집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반전을 예고했다.
이도윤은 2018년 1군에 데뷔한 후로 매 시즌(군 복무 제외) 출장 기회를 늘려왔다. 2018년 2경기에 그쳤던 그는 2020년 14경기, 2021년 56경기, 2022년 80경기, 2023년 106경기, 2024년 134경기에 출장했다. 내야 유틸리티로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고, 최근엔 타격에서도 보탬이 되고 있다.
주전이 아니더라도 이도윤은 올해 한화가 성공적인 시즌을 치르는 데 필요한 조각이다. 주전으로만 페넌트레이스를 완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구단도 그의 가치를 인정한다. 지난해 7500만원을 받던 이도윤은 올해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윤은 이번 캠프에 1루 미트도 챙겨간다. 그는 “김경문 감독님이 1루 미트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많이 경기에 내보내 주시려고 하는 것 같아 더 잘하고 싶다”며 “정근우 선배(은퇴)도 1루수로 뛴 적이 있다. 송구하는 선수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도윤은 내야에 구멍이 생기면 어디든 메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인공이 되어보겠다는 목표도 유효하다. 그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144경기 출장’이 가장 큰 목표이고, 100안타도 쳐보고 싶다”며 “가을야구를 위해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