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 섭외? 누구 아이템인지"…섭외 경위 모르는 행사 실무진

2025-10-16

중기부 "한국법인 협조" 주장…실제론 엇갈린 섭외라인

바쉐론 시계 주문 한 달 만에 '예산 편성·국가 행사 출연'

특검, 로봇개 판매사 압색 후 납품 업체 당시 대표도 불러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바쉐론 콘스탄틴(바쉐론) 시계 수수 의혹과 연루된 로봇개가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정부 행사에 등장한 과정 일부를 당시 부처 핵심 실무진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김 여사가 서성빈 전 드론돔 대표로부터 시계를 수수하고, 드론돔과 파트너 계약을 맺은 회사의 로봇개를 정부기관에 공급하는 등 대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로봇개 공급 경위를 모르는 실무라인의 발언은 이 같은 '윗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풀이된다.

16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중기부가 2022년 8월과 9월 진행한 '동행축제 전야제(한국 서울)'와 '한·미 스타트업 서밋(미국 뉴욕)' 행사에서 섭외를 담당한 당시 실무진은 '해당 로봇개 섭외가 누구 아이템인지, 업체에 누가 접촉했는지 모른다', '로봇개 업체 연락처조차 몰랐다'는 취지로 권향엽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밝혔다.

당초 중기부는 당시 동행축제 전야제와 한·미 스타트업 서밋 섭외 경위를 묻는 권향엽 의원실 질의에 각각 중기부 내부 소속 팀, 중기부 산하 외부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섭외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동행축제 전야제 행사 섭외를 담당한 팀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다른 섭외 업체와 달리) 고스트로보틱스는 누가 어떻게 최초로 이러한 아이템을 제안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른 업체와 다르게 고스트로보틱스에 누가 접촉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 중기부 "한국법인 협조"…실제론 엇갈린 섭외라인

아울러 중기부 측은 한·미 스타트업 서밋 행사 섭외 경위를 묻는 질문에 "한국법인의 백형욱 부사장과 소통했다. 한국법인의 협조를 받아 미국 본사와 연락할 수 있었고, 지리상 연락이 용이한 파견 직원이 참석 요청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권향엽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한·미 스타트업 서밋 행사에 고스트로보틱스 미국 본사 대표를 섭외한 A씨는 '(중기부 혹은 한국벤처투자 본사로부터) 섭외 지시만 받고 연락처를 받지는 못해서 고스트로보틱스 미국 본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메일 주소로 연락해 섭외했다'고 전했다.

권향엽 의원실은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백 부사장')과 소통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본사 섭외는 산하 기관 한국벤처투자 미국사무소가 이메일로 진행한 것"이라며 "만약 한국법인과 협의가 원활했다면 미국 본사와의 연결 또한 한국법인을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중기부가 언급한 백 부사장은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의 대주주로 알려져 있다"며 "중기부가 어디에서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듣고 답변서에 명시했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한국법인과의 협의가 사실이라면, 섭외를 맡은 기관에 연락처 등 담당자 정보가 전달됐어야 정상적"이라며 "특정인의 협조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별도 기관에 섭외를 맡긴 것은 해명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 로봇개 출연, 결국 '윗선 지정' 섭외였을까

공식 해명과 다른 당시 부처 실무진의 답변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로봇개 섭외 과정이 실무 주도형이 아닌 '윗선 지정형'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권향엽 의원실은 "2022년 4월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이 설립되면서 영업창구로 서 전 대표의 '영부인 인맥'이 필요했고, '대통령실 로봇개' 타이틀을 확보해 아시아 전역으로 판매를 확대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홍보가 절실한 시점에 대통령경호처와 중기부가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가 시계값으로 500만원만 주고 나머지 3000만원은 어머니 최은순 씨가 풀려나면 주겠다고 했다는데 아직 갚지 않은 걸로 보아, 사실상 중기부 홍보행사를 통해 3000만원 이상의 이름값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중기부 측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중기부 행사 당시 로봇개 섭외 경위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의 (한성숙 중기부 장관의) 질의응답을 참고해 달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지난 14일 국감에서 '(이영 전 장관 시절) 두 개 행사 섭외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행사 이후 2022년 9월부터 고스트로보틱스 보도량이 증가한 결과 등 국가 행사가 사사로운 이해 관계에 의해 좌우된 사실이 있는지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질의에 "예"라고 답했다.

◆ 특검, 로봇개 제공 경위 집중 수사…김건희 시계 구매 후 정부 홍보까지 '일사천리'

특검팀은 현재 서 전 대표가 로봇개 총판 대리점 역할을 했다고 보고, 로봇개를 납품한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이 서 전 대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대통령경호처에 해당 로봇개가 납품된 경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서 전 대표 주거지 및 드론돔 등, 지난달에는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 사무실과 전 대표 공모 씨를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이달 초 공 전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으나 서 전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서 전 대표는 2022년 김 여사에게 5500만원 상당의 바쉐론 시계를 선물한 대가로 대통령경호처와 로봇개 납품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각종 정부 행사에서 홍보 효과 등을 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전 대표는 2022년 7월 고스트로보틱스의 한국법인과 총판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고,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는 서 전 대표가 김 여사에게 바쉐론 시계를 주문한 직후인 같은 해 8월 초 대통령경호처와 중기부를 통해 집중 홍보됐다.

서 전 대표는 2022년 8월 초 바쉐론 매장에서 김 여사의 시계를 구매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 여사에게 전화로 시계 주문을 확인하도록 해 정가 5500만원상당 시계를 'VIP할인'을 통해 3500만원에 할인 받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에 따르면 시계 주문 후 약 2주 뒤인 같은 달 16일, 대통령경호처는 예산을 변경해 로봇개 임차비 1800만원을 편성했다. 예산 변경에 관한 공문 최종결재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성훈 당시 대통령경호처 기획관리실장이었다.

그리고 같은 달 31일 열린 동행축제 전야제에서는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 두 대가 등장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의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행사는 106개국에 송출됐다.

서 전 대표는 다음 달인 9월 7일 김 여사에게 구매해 둔 바쉐론 시계를 전달했다. 그리고 같은 달 19일 대통령경호처는 드론돔과 로봇개 임차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3일 뒤인 21일, 한·미 스타트업 서밋 행사에서는 고스트로보틱스 미국 본사 공동설립자가 연단에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대통령실 경비 로봇으로 공급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 과정은 고스트로보틱스가 같은 해 4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한국법인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와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한 시점으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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