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기술 인력이 줄어들고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도 부실시공이 크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인력의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기술자 양성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국내 건설현장에는 중국어나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쓴 근로자 대상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장에 일하는 건설노동자 중 외국인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다,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퇴직공제를 살펴보면 지난 3월 기준 전체 가입자 72만5726명 가운데 외국인 가입자가 11만7626명으로 전체의 6분의 1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외국인 가입자는 6.0%(6617명) 늘어났고, 내국인은 6.0% 줄었다. 실제 현장에선 외국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의존도가 커지면 기술 인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대부분은 비전문취업비자인 'E9비자'를 받고 들어온다. 전문성이 없는 단순 노동자인데다, 고용도 불안한 탓에 기술을 전수해도 지속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언어장벽도 기술전수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기술력은 퇴보하는 반면 인건비 부담을 오히려 늘었다. 'E9비자'를 부여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다. 지난 3년 간 건설 현장 시중 노임은 약 25.3% 올라,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2.8%)의 2배가량 큰 폭으로 상승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근로자의 50~70% 수준의 임금을 받았는데, 최근엔 최저임금이 올라 내국인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면서 "말이 안 통해 작업능률과 품질은 떨어지는데 높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술인력(숙련공)의 감소다. 원래는 단순근로자(조공)이 미숙하더라도 기술자인 숙련공이 중요 공정을 담당하고, 확인하면 품질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숙련공들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신규 기술자 유입은 급감하면서 숙련공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고령화는 기술 인력이 줄어든 주요 원인이다. 고령으로 인해 은퇴자가 늘어나면서 기술 인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건설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51.8세로 파악됐다. 50대(34.4%)와 60대 이상(33.5%)이 전체 근로자의 3분의 2가 넘는다. 30대는 8.9%, 20대 이하는 5.0%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기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습득과 전수를 지원하는 정책과 안정적인 근로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연면적이 200㎡ 이하인 경우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자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면서 "기술자가 전문성을 발휘하고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데 청년층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려고 하겠나"고 했다.
일각에서는 해외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자극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인허가 장벽 때문에 해외건설사가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 이는 건설사들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품질이 저하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일본처럼 국내 기술인력 보호로 가든 싱가포르처럼 문호개방으로 가든 소비자와 기술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기업만 유리한 구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