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황정민, 유승호, 조승우 출연작만 매진 행렬
벚꽃동산, 맥베스, 햄릿 등 서양 고전이 주류
오픈런 공연 침체, 창작극 부재 현상 계속될 듯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해 연극계는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과 서양 고전 작품이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 통계로 연극계의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많은 스타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돌아오면서 작품마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대표적으로 전도연이 27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벚꽃동산'이 2분기 연극 시장에서 가장 높은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어 3분기에는 황정민이 출연한 '맥베스'가 최상위권에 올랐다. 두 작품의 성공에 이어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인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원' 역시 상위권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아직 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4분기에는 조승우의 연극 첫 데뷔작 '햄릿'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스타 배우들이 무대를 찾는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급감한 국내 드라마 제작량과 무관하지는 않다. 관록있는 배우들이 무대에서 활로를 찾는 동시에, 관객들은 스타 배우의 출연작에 열광하며 연극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 지난해 화제작인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 세익스피어의 '맥베스'와 '햄릿'은 모두 서양 고전이라는 점과 1,000석 이상의 대극장 공연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스타 배우들의 무대 복귀로 인한 변화 중의 하나는 오픈런 공연의 침체다. 팬데믹으로 공연시장이 얼어붙었던 시절에도 오픈런 공연들은 평균 4편 정도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단 한두 편만이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오픈런 공연은 저렴한 티켓가격과 가벼운 내용, 그리고 다양한 상영 시간대를 바탕으로 대학로를 처음 찾는 관객들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 오픈런 공연의 부진은 시장 내 경쟁 심화와 스타 배우 출연작의 강세에 밀린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연극계도 지닌해의 흐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TV나 영화에서 이름을 날린 스타 배우를 캐스팅 해야 중극장 이상의 공연장에서 한달 이상 공연을 이어갈 수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히트했던 '벚꽃동산'은 그 여세를 몰아 오는 3월 부산공연에 나선다. 이런 스타위주의 대작이 대세를 이루면서 연극계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최근 대학로의 극장에서 상연되는 연극들은 대부분 정부의 지원작들로 채워지기 일쑤다. 아니면 크고 작은 뮤지컬들이 대세여서 작품성을 내세은 창작극을 만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