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오후 1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은 ‘황금 연휴’ 기간임에도 계산대에 대기 줄이 없을 만큼 한산했다. 몇몇 입점사들은 이미 철수해 매장 곳곳이 휑하게 비어있기도 했다. ‘신규 입점 준비 중’이라는 현수막이 붙은 내부 푸드코트에는 일부 매장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도 많지 않았다.
이곳은 임대료 협상 결렬로 지난 8월 폐점 결정이 났던 홈플러스 점포 중 한 곳이지만 현재는 폐점 절차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날 만난 한 매장 직원은 “올해 1월 설 대목 때만 해도 연휴 끝물까지 가족 고객들이 많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기업회생 절차 중인 홈플러스가 매각 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입점 상인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폐점이 결정됐다가 유예된 점포의 경우에는 연휴 기간 고객 감소로 매출이 줄었지만, 보상 논의도 중단돼 점포 이전조차 어려워졌다.
앞서 홈플러스는 가양점, 장림점을 비롯해 폐업 대상 점포 15곳을 확정하고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신청 받았다. 이에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달 19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비공개 간담회를 거친 후 해당 점포들에 대한 폐점 절차는 잠정 보류됐다. MBK 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다.
MBK파트너스는 당시 비공개 간담회 닷새 후인 24일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홈플러스에 최대 2000억원을 증여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히며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입접 상인들은 고객 이탈과 매출 부진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입점해 4년간 식당을 운영한 이모(50)씨는 “연휴 내내 바로 옆 마포농수산센터 주차장은 고객들의 차량으로 북적였지만, 이곳은 썰렁했다"며 “홈플러스를 찾는 고객이 없으니 매장 매출도 지난해 추석 때보다 약 20% 떨어졌다”고 말했다.
폐점 중단 조치 후 마땅한 후속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폐점 예정이던 부산 사하구 장림점에서 20년간 미용실을 운영한 최광호(47)씨는 “홈플러스가 재고 정리를 시작하며 고객이 줄었는데 이번 연휴 때는 감소 폭이 특히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더 줄기 전 매장을 옮기려 미리 가계약도 맺어뒀는데 폐점 유예로 인테리어 복원 비용, 임대료 등 논의가 멈춰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며 “매장을 찾는 손님이 다 끊긴 상황에서 차라리 폐점을 확정해주는 게 낫다”고 호소했다.

올해 3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6월부터 법원 허가에 따라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서울회생법원 결정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다음 달 10일까지 회생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당초 제출 마감일은 7월 10일까지였지만 두 차례 연기를 거쳤다. 그러나 계획안 제출을 한 달 앞둔 시점까지도 홈플러스 측은 뚜렷한 인수희망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2일 홈플러스에 대한 공개경쟁 입찰 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입찰은 이달 31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다음 달 3일부터 21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 후 26일 본 입찰서를 접수하는 일정으로 진행한다. 홈플러스는 그간 인수 희망자와 조건부 계약을 먼저 체결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추린 뒤, 공개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결국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