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벌떼 입찰' 과징금 부과 사건 분석]
호반, 공정위 상대 600억대 과징금 취소 소송
수십개 계열사 동원해 공공택지 96건 낙찰
김상열 회장 두 아들 기업에 택지 56건 전매
호반 "공급가 그대로 이전... LH도 전매 승인"
"공공택지 사업성 떨어져... 대기업들 입찰 기피"
공정위 "사업성 떨어진다며 전사적 수주 노력"
"김대헌, 김민성 사장 소유 기업 9곳 부당 특혜"
[편집자註]
중견건설사들의 벌떼 입찰 구태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벌떼 입찰은 정부 소유 택지 수주를 위해 다수의 페이퍼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택지 수주를 위한 꼼수 내지 편법 수준을 넘어 총수일가의 승계와 사익편취를 위한 도구로 악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호반건설, 제일건설, 대방건설이 수백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우미건설, 중흥건설은 처분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 5개 건설사에 부과될 과징금 총액이 최대 2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 과징금 역사상 최대규모이다. 호반은 2년 전 공정위 처분에 불복, 600억원대 과징금에 대한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이 사건 1심 선고기일은 이달 27일이다.
이번 소송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벌떼 입찰 위법성을 환기시키는 것은 물론, 유사 과징금 불복 소송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총 3회에 걸쳐 심리 내용을 심층 분석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6일 호반건설이 제기한 '공정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청구 소송' 심리를 진행했다. 27일 선고를 앞두고 열린 사실심 최후 변론이었다. 호반과 공정위는 각각 25분씩 준비한 자료를 발표했다. 양측 주장은 크게 3가지 지점에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도 공개됐다. 첫 번째 충돌 지점은 ‘공공택지 전매’의 위법성 여부였다.
호반 측은 사건 배경이 된 ‘공공택지 전매’에 대한 공정위 해석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아래는 호반 변호인단 항변 요지.
“이 사건 전매행위는 적법하고 정상적 거래였다. 택지공급가격 그대로 전매했다. LH와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그 승인을 받아 공급가 그대로 수분양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호반건설은 (벌떼 입찰로 얻은 택지) 97건 중 56건을 전매했지만 공정위는 23건만 선별해 제재하고, 나머지는 제외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호반건설은 수십개의 계열사를 LH 입찰에 참여시켜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뒤, 그 시공·시행 사업권을 그룹 창업주 김상열 회장의 두 아들인 김대헌, 김민성 사장에게 각각 전매했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공정위는 2023년 6월 608억원의 과징금 부과했다.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사업기회 제공' 등에 해당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정위가 판단한 호반의 ‘공공택지 전매’ 행위는 다음과 같다.
호반건설은 2010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벌떼 입찰로 낙찰받은 23개의 공공택지를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 등 9개사에 양도했다. 호반건설은 23개의 공공택지를 낙찰받기 위해 평균 34개의 계열사와 비계열사를 동원했다.
택지를 양도받은 9개사는 김대헌씨가 소유한 호반건설주택, 스카이건설, 스카이리빙, 스카이주택, 스카이하우징 등 5개사와 차남 김민성씨가 소유한 호반산업, 티에스건설, 티에스광교, 티에스리빙 등 4개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위 9개 기업은 공공택지 전매로 분양 매출 5조8575억원, 분양이익 1조3587억원을 얻었다.
이 가운데 호반건설주택은 전매를 계기로 기업규모가 호반건설을 넘어섰다. 두 회사는 2018년 12월 4일 ‘1(호반건설주택) : 5.89(호반건설)’ 비율로 피합병됐다. 합병으로 김대헌씨는 호반그룹 모회사인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며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당시 김대헌 사장의 나이는 32살에 불과했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대헌 씨는 1988년생으로 호반건설주택 설립 시기인 2003년 당시 15세였다. 차남 김민성 씨는 1994년생으로 호반산업 설립 시점인 2010년 당시 16세였다.
호반 측은 김상열 회장이 장남·차남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변론에 나섰다. 아래는 변호인단의 항변 이유 중 일부.
“호반이 공공택지입찰에 복수(벌떼) 입찰한 이유는 건설경기 침체로 정부가 단순 추첨제로 분양자를 결정하고, 복수입찰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공급가 이하 전매도 허용했는데, 대형건설사들은 리스크 높은 공공택지 입찰을 기피했고, (반면) 호반은 적극 참여 전략을 선택한 것 뿐이다.”
“지원 주체(호반건설)가 성정한 이후에 지원 객체(2세의 회사)가 성장한 사례가 아니라 주체와 객체가 동시에 성장한 것. 공공택지 사업에 참여한 중견건설사 모두 같이 성장했고, 공공택지 중 전매 비율도 호반은 50%인데, 다른 중견건설사들은 60~80%에 달했다. 부당지원 전매가 아닌 통상적인 전매이다.”
공정위도 응수에 나섰다. 어렵게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설립된지 얼마 안 된 총수 2세 기업들에 무더기 전매를 한 건, 그 자체로 부당지원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명백한 승계 의도를 가진 전매이다.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공공택지를 낙찰받았다. 그런데, 이제 막 신설된 회사에 전매했다. 그 회사가 바로 김상열 회장의 2세 기업이다.
결과적으로 2세 회사들은 공공택지 전매를 통해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했다. 매출만 보더라도 2세 회사들은 10배에서 177배까지 성장했다. 반면, 호반건설은 2세 회사들에게 매출을 밀어줬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했다.”
호반은 LH 공공택지는 대형 건설사들이 기피할 정도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폈으나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전사적으로 나서 수주에 힘썼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공택지 사업성 검토 작업은 호반건설 개발사업팀에서 주관했고, 그 외에 5개의 유관부서가 참여할 정도로 호반건설의 거의 모든 부서가 투입됐다”고 부연했다. 공정위는 호반산업 소속 직원의 진술 내용을 제시하면서 변호인단 항변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